[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잘 던지고도 개운찮은 뒷맛이 남는 경기였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뉴욕주 버팔로의 샬렌필드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당초 류현진은 28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선발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 경기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선수들의 시위성 보이콧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등판이 하루 뒤로 밀렸다.

컨디션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6이닝 8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투구 내용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매 이닝 안타를 맞으며 적지 않은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류현진은 두 차례 병살타 유도와 삼진 등으로 5회까지는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2-0으로 토론토가 앞선 가운데 류현진의 마지막 투구 이닝이었던 6회초가 문제였다. 류현진은 2실점하며 동점을 내줬는데, 그 과정이 개운치 않았다.

선두타자 알베르토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아웃을 잡은 후 이글레시아스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1루주자 알베르토가 3루까지 간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중계되는 틈을 타 2루까지 간 이글레시아스를 잡지 못한 것부터 아쉬웠다. 류현진이 중계된 공을 커트해 정확한 2루 송구를 했지만 태그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타자 주자 이글레시아스가 세이프됐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누네즈를 볼넷 출루시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됐다. 세베리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투아웃을 만들었고, 마운트캐슬을 3루쪽 땅볼 유도했다. 실점 없이 이닝이 끝나야 할 순간에 3루수 트레비스 쇼가 1루 쪽으로 원바운드 악송구를 했다. 1루수 게레로 주니어가 이 볼을 잡지 못하고 뒤로 빠트려 두 명의 주자가 홈인, 2-2 동점이 됐다.

명백한 실책처럼 보였고, 처음에는 실책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후 공식 기록이 내야안타로 정정돼 2실점 모두 류현진의 자책점이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원의 이 판단이 류현진에게는 많이 아쉬웠다. 실책에 의한 실점이었으면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만약 이날 류현진이 6이닝 2실점 무자책점을 기록했다면 시즌 평균자책점(ERA)을 2.68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됨으로써 류현진의 ERA는 3.16이 됐다.

트레비스 쇼가 제대로 송구만 했다면 충분히 아웃될 타이밍이었기에 안타를 준 공식기록은 아쉽다. 또한 원바운드된 볼이 뒤로 빠지는 바람에 2루주자까지 홈인했는데, 이것도 실책에 의한 실점으로 기록되지 않고 마운트캐슬의 '2타점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1실점은 류현진의 자책, 1실점은 실책에 의한 비자책으로 처리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만약 이날 류현진이 6이닝 2실점 1자책점을 기록했다면 류현진의 ERA는 2.92로 2점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평균자책점에에서 손해(?)를 본 류현진은 3-2 리드 상황에서 물러났지만 승리투수도 놓쳤다. 8회초 등판했던 토론토 세번째 투수 조단 로마노가 누네즈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3-3 동점을 허용한 것.

그나마 토론토가 승부치기 끝에 승리한 것은 류현진 등판 경기를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토론토는 10회초 1실점해 3-4로 뒤졌지만 10회말 2사 후 랜달 그리칙의 극적인 역전 투런포가 터져나와 5-4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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