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기준 KB 시세에서 한국감정원 시세로 변경 언급
[미디어펜=이다빈 기자]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금지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대출 규제 기준을 현행 KB국민은행 시세에서 한국감정원의 시세로 변경하는 것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감정원의 아파트 시세는 KB 시세보다 대체로 낮게 형성돼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아파트 대출규제 기준을) 감정원 시세를 중심으로 정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택 시세를 발표 할 때는 감정원 자료를 쓰는데 대출 규제에는 KB 자료를 활용하는 등 유·불리를 따져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김 장관의 답변은 신뢰성 있는 통계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은 담보 가치 산정 기준으로 국세청 기준시가, 감정평가업자 감정평가액, 한국감정원 가격, KB 시세 네 가지를 제시한다. 이중 금융당국은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대출 기준을 KB 시세와 감정원 시세 두 가지 가운데 더 높은 가격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세가 없다면 감정가격을 적용한다. KB 시세가 대부분 감정원보다 높아 정해진 기준처럼 활용돼 오고 있었다. 정부가 언급한 대출 규제 기준 변경은 현행 시행세책을 수정해 감독원 기준만 남겨야 가능하다.

현행 상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 9억원 이상은 20%를 적용한다.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미만에 50%, 9억원 이상에 60%를 적용한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이 금지된다.

때문에 감정원 시세로 대출 규제 기준이 변경되면 기존 15억원 이상 초고가주택 범위에 들어가던 단지들의 대출 제한이 풀릴 수 있게 된다. 보통 감정원 시세가 KB 시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을 9억1812만원으로 집계된데 비해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 4684만원으로 기록됐다. 이렇게 되면 대출가능 한도 역시 KB 시세를 따랐을때 3억6360만원, 감정원 시세를 따랐을 때 3억3873만원으로 2427만원이 차이가 난다. 

이에 15억원 근사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의 경우 대출 한도가 0원에서 약 4억원으로 크게 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 시세로 15억원을 조금 초과했던 아파트들은 감정원 시세로 전환 시 대출이 가능해져 매수세가 붙으며 아파트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옥수동 'e편한세상옥스파크힐스' 전용면적 84㎡의 KB 시세는 15억5000만원이라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정원 시세는 13억6000만원으로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때 대출 한도는 4억5200만원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2단지 83㎡ 역시 KB 시세 15억1500만원에서 감정원 시세 적용 시 14억5500만원으로 15억원 이하로 떨어지며 대출 가능액이 0원에서 4억7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시세 표본 수에 차이가 있어 KB 시세는 있지만 감정원 시세는 없는 단지들이 많아 섣불리 기준을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KB 시세의 표본 수는 3만327가구고 감정원은 월간 기준 1만6480가구, 주간 기준 8000가구다. 여기에 대출 한도가 조정됨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15억원 주택 소유주들은 대출길이 열리게 되지만 대부분의 15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어 무주택자는 주택 구매가 더 어려워지고 1주택자 역시 갈아타기 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며 "각종 부작용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도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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