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극우와 결별하며 연일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 시도
이낙연, 친문지지 확인했지만 대권 위해서는 중도층 필수
9월 임시국회에서 각종 현안 두고 중도층 공략 위한 승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0년 가까운 인연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도층을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그 무대는 1일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다. 

중도를 향한 행보를 보이던 김 위원장은 급기야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중도층에게 보다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국난을 극복하고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중도층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본소득 도입, 민주화‧산업화 병기 등 정강‧정책 변경에 나서면서 꾸준히 진보의 이슈를 선점해 왔다.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 대표가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으며 호남의 민심을 다독였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동시에 극우세력과는 선을 그었다. 극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만 중도층 표심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당명 ‘국민의힘’에 포함된 ‘국민’ 역시 진보, 중도 정당에서 자주 활용한 키워드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께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하시는 일 같다. 정강·정책의 중도화, 일부에서는 좌클릭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강·정책과 거리가 가까워지고 겹치는 것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친문계의 지지를 확인했다. 이제 대권을 위해서는 중도층의 표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중도층의 지지 없이 승리를 거둔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보수의 상징’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자랑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 대표가 중도층을 생각한다면 이해찬 전 대표처럼 마냥 ‘강경 모드’를 유지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친문계와 중도층의 표심이 서로 상충할 수도 있다. 양측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고도의 줄타기가 필요하다. 자칫 줄이 끊어질 경우 대권가도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통합당은 이 대표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던 분들이 핵심-열혈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제1야당을 앞 다퉈 공격하는 상황에서, 진지한 협의가 불가능했다”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176석 정당의 횡포를 이 정도에서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중도층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정기국회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2차 재난지원금이다. 이 대표가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안들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여당 내에서 명확하게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논쟁의 불씨를 남겨둔 것이다.

4차 추가경정예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쟁점 현안을 놓고 치열한 논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기선 제압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협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취임 후 첫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앞으로 원만하게 정치가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좀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가 대표님 모신 게 햇수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이었다. 늘 지도해주셨듯이 이번에는 더 많이 지도해주시기 바란다"고 낮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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