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필요한 2030세대…정부 믿고 기다렸다가 치솟는 집값에 '강건너 불구경'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 기다리라지만…낮은 가점에 당첨 가능성도 희박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한 발언으로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실감과 책임감이 전혀 없는 ‘안하무인’식 발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김 장관은 20∼30대의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구매)’과 관련해 공급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또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정책 실패를 왜 청년에게 떠넘기느냐. 30대 부동산 영끌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에는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김 장관의 현실성 없는 발언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최근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받아주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김 장관은 현재 시장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안정을 외치던 정부를 믿고 기다린 30대들은 정부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수 기회를 놓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약시장에서마저 가점 부족으로 밀리면서 영끌을 통해서라도 추격 매수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실제 30대 중 최고령인 39세 수요자라 해도 자녀 2명에 배우자 등을 포함 4인 가구라면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가점은 57점에 불과하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이미 60점을 넘어섰다. 

결혼을 앞둔 30대 중반 이모씨는 “예비 신부와 저의 직장이 모두 서울에 있어 집을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신규 분양 단지가 가장 저렴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청약 가점 만점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청약 경쟁에서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좌절했다.

이 씨는 이어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는 했지만 실제 집이 필요한 20~30대에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물량이 충분할 지도 의문”이라면서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청년들이 왜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고 뛰어드는 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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