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 미국 수출물량 증가 분위기에 파업으로 발
수출물량 확보 및 차기 CUV 생산기지 역할 무산시 가능성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가 결국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오랜 기간 누적된 회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상생협력보다는 '파국'을 택한 것이다. 불과 2년 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동료들의 아픔을 지켜봤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미디어펜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일 총원 7778명 중 6955명이 참석(투표율 89.4%)한 가운데 열린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에서 6225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가결 요건은 투표자 대비 50% 이상 찬성이지만, 이번 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89.5%에 달했다. 총원 대비 찬성률도 80.0%였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집행부는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할 예정이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가 결정될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갖게 된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8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과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임금인상과 후생복지 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당초 지난해 달성을 목표로 했던 흑자전환이 올해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큰 폭의 임금인상 등 인건비 급등 요인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임단협 교섭 외에도 회사의 생산성 제고 조치에 노조가 반발하며 갈등의 심화 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미국에서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주문 확대에 따라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기존 28대에서 30대로 늘리려 했다. 하지만 해당 공장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작업을 중단한 채 공장장실을 점거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사측은 "다른 공장에서는 60잡(UPH)씩 하는 곳도 있는데, 지금 부평 2공장 상황에서 32잡은 결코 무리한 작업량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전환배치 등을 통해 인원도 늘렸고, 노조와 충분한 협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조는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도 부족한 중차대한 시기에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30잡 일방강행을 시도했다"면서 이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3년간 무급휴직 대상이었다가 1년여 만에 조기 복직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직 당시 받지 못했던 복지혜택을 금전적으로 보전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측은 무급휴직 당시 생계비용을 지급했고, 당초 3년이었던 휴직 기간을 단축해 최대한 빨리 복직시키는 등 군산공장 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집행부가 압도적인 조합원들의 지지 속에 파업을 단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음에 따라 회사측은 경영정상화에 심각한 악재를 맞게 됐다.

현재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미국 수출물량 증가에 힘입어 실적 회복에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미국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8.0% 감소한 589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수출은 20.7% 증가한 2만1849대를 기록했다.

특히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형제차인 뷰익 앙코르 GX가 도합 1만1391대나 수출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으로 제동을 건다면 긍정적인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해외 시장으로부터의 주문량이 늘어난 것은 굉장한 기회다"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의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GM 내에서의 또 다시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도 불가피하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부도 위기 당시 GM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 및 신차 2종 배정을 받는 대신 자구노력을 통한 실적 회복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GM이 배정을 약속한 2종의 신차 중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부터 생산에 투입돼 한국과 미국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른 1종인 차기 글로벌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는 아직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출시 초기 단계다. 파업으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 신차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GM은 차기 CUV 생산 배정에 대해 재검토할 가능성도 피할 수 없다.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계획은 트레일블레이저와 차기 CUV의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 마련됐다. 노조의 제동으로 여기에 차질이 생긴다면 2018년 당시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또 한 차례 이뤄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경우 군산공장 폐쇄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기지의 과감한 정리를 보여줬던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구조조정대상이 될수 있다"며 "코로나19와 생태계변화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회상만하고 있는 노조모습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