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과 함께 '정통보수정당'도 역사 속으로...'김종인 의지 실현'
'5.18민주화' 이어 '기본소득', '경제민주화'도...중도당으로 탈바꿈
"속도감 있지만 '조용한 리더십'" vs "국민의힘=김종인당" 엇갈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취임 후 김 위원장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선 "당을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왔다"는 호평과 "분명한 한계도 드러낸 100일"이었다는 냉담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 일성으로 "민주주의의 중요한 한 축인 야당이 무너진다면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나라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리당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며 "누구나 함께 하는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온라인 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김 위원장의 '당 체질 개선' 의지 실현은 전날(2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새 정강정책 및 당명 교체 성과로 집약된다.

새 정강정책에는 '기본소득'과 김 위원장 일생의 논제인 '경제민주화'가 포함됐으며 '5.18 민주화 정신'도 명문화됐다. 또한 당이 설정하는 지향 가치 등 내용뿐만 아니라 '간판'도 새롭게 탈바꿈했다.

그동안 이른바 '진보중도' 층이 자주 점용해왔던 '국민'이란 용어를 당명에 사용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중도정당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꾀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2일) 새 당명 '국민의힘'에 대해 "탈이념, 중도, 실용의 관점에서 맞는 것 같다"며 중도 지향적 정당으로서의 변모를 강조한 바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의 '당 체질 개선' 행보는 지난달 19일 '광주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으로 참배'한 것으로 화룡점정을 찍었으며, 광화문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결집한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극우'로 규정해 단호히 결별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의도한 내부 변화는 확실히 마무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향후엔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과거보다 더욱 이목이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우선 목표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 등 집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100일간의 여정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정적으로 당 관리를 잘해왔다"고 평가하며 "지금까지처럼 구원투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합당의 A 의원(초선)도 '미디어펜'에 "'조용한 리더십'이라 표현하고 싶다"며 "전국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당을 이끌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조용하지만 속도감 있고 정치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사진=국민의힘

통합당의 B 의원(초선)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다소 진보적이지만 과거의 보수정당이 못할 것 같았던 이슈를 잘 선점하고 있다"며 "비상체제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외 혹평과 정치권에서 최근 자주 거론되는 '김종인 셀프 대망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선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이 시간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며 "국민의힘=김종인당"이라고 신랄하게 혹평했다. 이어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에 있어서도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절차적 문제 제기를 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장 의원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극우와의 단절'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며 "민주당의 덮어씌우기 정치공세가 먹히는 이유"라고 질타했다.

통합당의 C 의원(중진)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극우' 운운하며 당의 화합을 해치는 일부 움직임에 대해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 것'을 지키고 정체성을 지키면서 우리의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의 좌클릭 및 중도정당화를 우려했다.

A·B 의원도 김 위원장 리더십에서 아쉬운 점으로 '절차적 문제'를 꼽으며 "비상체제인 건 이해하지만 당명 교체와 정강정책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정강정책 내용에 대해서도 A 의원은 "중요한 몇 가지 맥만 짚으면 되는데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 산하 조직인 정강정책개정특위는 김병민 특위 위원장이 주도했다.

장성철 소장은 '김종인 셀프 대망론'과 관련해 "욕심은 화를 부른다"며 "당과 야권의 차기 지도자, 대권 후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장 소장은 "(서울시장 및 대선 후보는) 김 위원장이 '너 해'라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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