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지난해 12월 부채 규모 12조원 수준으로 폭증
업계, 사실상 상폐 직전 파산 기업으로 평가
산은, 대우조선해양 방만 경영 눈 감기도
과감한 구조조정 통해 기업 정상화 일궈내야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이스타항공을 필두로 국내 항공업계 M&A가 연거푸 엎어지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지금껏 재실사 요구를 고수해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총계는 6339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들어 4880억원으로 급감했고 부채는 1660억원 늘어났다. 때문에 부채비율이 1795.1%에서 2366.1%로 무려 571% 증가했다.

지난해 3조5857억원이었던 차입금도 6월까지 4조6999억원으로 폭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9조5988억원에 달했던 부채 규모는 같은해 말 12조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런 탓에 당초 인수 협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에 "8월부터 3개월 가량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에 대한 재실사를 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 M&A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왔고 지난달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와 같은 연유로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가 없다고 보고 다음주 중 주식매매계약 해지 통보를 예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사실상 상장 폐지 수준의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JAL 여객기./사진=JAL 제공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의 향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본항공(JAL)의 사례는 아시아나항공에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JAL은 2010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상장폐지됐던 흑역사가 있다. 2012년 JAL은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교세라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를 전격 영입했다. 이나모리는 방만 경영 그 자체였던 JAL을 8개월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며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냈고, 그 과정에서 계열사 포함 4만여명 중 1만6000여명을 해고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뤄냈다. 사내 6개 노동조합을 비롯한 조직들도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간 건 덤이다.

이후 JAL은 재상장에 성공했으며 항공업계 회생의 상징으로 남았다.

   
▲ 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과감한 칼질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깊은 의구심이 든다. 문재인 정권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어 단 한명도 잘려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직원이 9000여명이고,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전체 일자리는 수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떠안게 될 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정부 하명을 그대로 받들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확실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지금껏 현대건설·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을 맡으며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화려한 전적이 있고, 오히려 부실 규모를 더 키웠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조5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좀비 기업들을 세금으로 연명하는 거대 공기업으로 둔갑시켰던 선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한편으로는 부실 기업 설거지를 도맡아 해야 하는 산은의 부담스러운 입장이 이해 가는 것도 사실이나, 주어진 역할과 임무가 그러하다면 충실히 임하는 게 옳은 자세다. 따라서 산업은행 역시 진정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통한 민간 재매각을 하려거든 직접 또는 이나모리 가즈오와 같은 민간 기업인을 초빙해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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