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에이스로서 체면을 구겼다. '양키스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또 고전했다. 풀어야 할 숙제이자, 반드시 깨야 할 징크스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뉴욕주 버팔로의 살렌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 5실점하는 부진한 피칭을 했다. 삼진 5개를 잡았지만 6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줬다. 6피안타 가운데 3개가 홈런이었다.

다행히 패전투수는 면했다. 류현진은 2-5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는데, 2-6까지 뒤지던 토론토가 6회말 대니 잰슨의 만루포 등으로 무려 10점이나 몰아내 역전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최근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다. 8월 5차례 등판에서 2승 무패에 총 28이닝 동안 5실점밖에 하지 않았고, 그 가운데 자책점은 3점뿐이었다. 8월 한 달 평균자책점은 0.96이었다. 직전 등판이었던 3일 마이애미전에서도 6이닝 1실점 호투해 시즌 3승을 수확했다.

이런 호투 행진에 이날 양키스전 부진투가 찬물을 끼얹었다.

   
▲ 사진=토론트 블루제이스 SNS


무엇보다 양키스를 상대로 유독 약했던 징크스에 다시 발목을 잡힌 것이 꺼림칙했다. 류현진은 이전 LA 다저스 시절 양키스와 두 번 맞붙어 모두 부진했고 두 번 다 패전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던 2013년 6월 양키스와 첫 대결에서 6이닝 3실점하고 패했다. 최고 활약을 했던 지난해에도 8월 양키스전에서는 4⅓이닝 7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했다.

양키스전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8.71이었던 류현진은 이날 세 번째 만남에서도 5이닝 5실점으로 많은 점수를 내줘 상대 평균자책점이 8.80으로 더 올라갔다. 전혀 류현진답지도, 토론토의 에이스답지도 않은 피칭 내용이다.

다저스에서보다, 토론토에서 류현진의 양키스전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토론토와 양키스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비정상적인 리그가 운영되면서 토론토와 양키스는 전체 60경기 가운데 10번이나 맞붙는다. 그 첫번째 경기가 이날 류현진 등판 경기였다. 류현진은 앞으로 또 양키스를 만나야 한다.

현재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는 탬파베이가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토론토와 양키스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토론토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가 바로 양키스다.

지구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토론토가 이번 시즌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뉴 에이스 류현진의 덕이 크다. 류현진이 호투를 이어가며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에이스가 가장 많은 맞대결을 남겨둔 양키스에게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좋았던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

토론토가 류현진을 4년 8000만달러의 거액에 FA 영입했을 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 근거가 바로 AL 동부지구에 양키스, 탬파베이 등 강팀들이 포진해 있고 류현진이 양키스에는 약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류현진은 이런 우려를 떨쳐낼 정도의 호투를 이어왔으나, 양키스 앞에서 작아지는 약점은 극복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양키스 징크스'를 깰 묘책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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