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지연에 여당 법사위,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
김태년 "공수처법 이 상태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두고 야당과 줄다리기를 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최후통첩을 날렸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수처 조기 가동을 목표로 공수처법 자체를 바꾸는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공수처,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일괄 타결하기 위한 협의 시작을 제안하면서 “오랜 시간 끌어온 현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회와 북한인권대사를 왜 임명하지 않느냐. 지난 정부에서 시행됐던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왜 3년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것에 대한 대답이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지난주에도 여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인선 요구에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후보자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할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했고, 이낙연 대표 및 정부 측과 협의해 이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민주당의 ‘최후통첩’으로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이제 최종 결정은 국민의힘에 달려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라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원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전제조건을 걸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만큼은 야당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약속에 대한 이행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두고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가 양 절차를 같이 진행하자는 것에 함정이 있다”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은 추천하면 끝이지만 특별감찰관은 여당이 자기 사람만을 고집하거나 협조를 안 하면 절차 시작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정으로 두 개를 다 하고 싶으면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8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 "공수처법 이 상태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속속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며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7월 15일에 법이 시행됐지만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으면서 출범이 지연되자 결국 칼을 빼든 셈이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게 위원을 추천하도록 통고하고, 해당 기간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해당 교섭단체 추천으로 갈음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민의힘이 야당 추천 몫 후보추천위원을 내지 않으면서 공수처를 인선 단계에서부터 막아왔던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내주 중 위원 추천이나 추천위원회 단계에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민 의원은 이미 지난달 말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4명 모두를 추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과 통과된 법률을 이런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야당이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통과된 공수처법을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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