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운용 '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서 문제 불거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상장을 준비하는 공모주들이 연이어 흥행 대박을 터뜨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모펀드 ‘환매중단’ 이슈가 터졌다. 이번엔 영국계 자산운용사의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국내 재간접 펀드에서 46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가 났다. 공모형 해외펀드 환매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잠시 멈춘 것으로 보였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다시금 불거졌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영국계 운용사인 H2O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 펀드의 자산은 약 3600억원 규모다. 국민은행(37.15%)·신한은행(15.52%)·기업은행(9.8%)·우리은행(2.21%)과 삼성증권(28.16%) 등에서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팔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제1금융권인 은행과 대형 증권사를 통해 투자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환매중단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H2O운용의 채권형 펀드가 프랑스에서 환매중단 조치된 건의 파급효과로 발생했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은 지난달 말 H2O운용이 프랑스에서 판매한 3개 펀드에 대해 환매중단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 중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채권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나선 것이다. 

H2O운용은 대규모 환매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자사 운용펀드 5개에 대해 추가로 환매중단 조치를 했다. 이에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가 유탄을 맞았다. 이 펀드는 글로벌 펀드 5~6개에 분산 투자했는데, H2O펀드에 전체 자산의 26%를 담았다. 그런데 이 펀드의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펀드 전체가 환매 중단된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는 펀드 자체가 아예 거짓으로 운용한바 컸던 라임자산운용이나 옵티머스 등과는 결이 다르다. 자산분리 작업이 끝나는 대로 환매가 재개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예측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이 부분에 대해 자산운용사들이 보다 세심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졌다. 

키움자산운용이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지난 6월에도 H2O운용은 한 차례 ‘펀드런’을 경험했는데, 이때 키움운용은 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에서 H2O펀드를 전량 매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8월부터는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 H2O펀드를 다시 사들이면서 결국 이번 사태를 맞았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운용을 책임진 사람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차녀인 김모 팀장이라는 점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통상 해외펀드 투자는 안전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상품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는 고강도의 레버리지(대출) 전략을 쓰는 등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연초 이후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의 수익률 역시 1.5%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만간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중 은행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면서 “공모형 해외펀드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처음인 만큼 적절한 검토절차를 거쳐 판매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조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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