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일자 "표현 서툴렀다" 해명…좌파적 사관 곳곳 우연 아냐

   
▲ 조우석 문화평론가
청와대 김상률(54) 교육문화수석이 영문학과 교수 시절 집필한 저술에서 “북핵(北核)은 약소국 생존을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규정했다고 YTN이 24일 단독 보도했다. 문제가 된 저술은 당시 재직하던 숙명여대출판부에서 나온 '차이를 넘어서-탈식민시대의 미국문화읽기'(2005년)인데, 보도 직후 나온 그의 해명이 이중적이며 떳떳치 못하는 비판을 다시 받고 있다.

김 수석은 9년 전의 저술이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라고 밝혀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쉽게 뒤집었다.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서둘러 사과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저술을 검토해본 결과 김 수석은 적극적 좌파로 분류하긴 어려워도 설익은 유사(類似) 좌파가 분명하며, 때문에 기회주의적 표변에도 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내 인문사회과학자 중 미국-유럽의 주류문화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부류인 포스트모던주의자이기 때문에 좌파 논리에 쉽게 투항하는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명분 좋은 페미니즘을 장식품처럼 달고 다니는 그가 명백히 북핵을 옹호한 것도 우연이 아니며,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은 상대적으로 매우 희미하다.

   
▲ 청와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 영문학과 교수 시절 집필한 저술에서 “북핵(北核)은 약소국 생존을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YTN 화면 캡처.

좌파세력의 좌장 백낙청과 김상률의 인식 수준은 난형난제

그런 그를 영문학자 백낙청(76)과 맞비교하는 게 좋다. 1960년대 이후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펴내며 요즘 좌파세력의 좌장으로 군림하는 서울대 영문학과 명예교수 백낙청보다는 상대적으로 유연하지만, 성향으론 오십보백보다. 이런 배경 때문에 1950년대 미국 유학생 백낙청이 미국 비판에 앞장을 서듯이 한 세대 아래인 그도 미국문화를 넘어 현실정치를 거리낌없이 비판한다.

'차이를 넘어서-탈식민시대의 미국문화읽기'에서 밝힌대로 미국이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북핵을 세계평화의 위협 요소로 규정하는 발상 자체야말로 자국 중심주의에 불과하다는 식이다. 북핵 옹호는 그 맥락에서 등장하다.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그는 썼다.

이걸 “표현이 서툴러서”라고 해명하는 건 너무도 부끄럽고 졸렬한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인사검증 단계에서 그 사안을 충분히 해명했다고 발언한 것도 자신과 청와대를 함께 욕보인 행위였다. 김 수석의 북핵 옹호는 단발성이 아니고, 나름의 논리 속에서 등장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 역시 자위권 행사라고도 서술했다.

9.11도 폭력적인 미국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며, 부시 행정부가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도착된 인식을 펼쳤던 사람이 그다.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 영문학 박사 출신인 그는 최근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유엔협회세계연맹 상임고문 등으로 활동했다. 그가 유사 좌파적인 자신의 학문적 소신과 대외활동 사이에 모순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교육문화 책임진 서남수-황우여와 김상률은 좌파에 투항할 위험인물

김 수석의 발언 논란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교육문화 분야에서 반복되는 인사 실패를 재확인해주는 불행한 사건이다. 전‧현직 교육부 장관 두 명(서남수-황우여)과, 현 청와대 교문 수석 김상률을 포함한 셋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 없이 좌파에 쉽게 투항할 수 있는 위험인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인 황우여 씨 직전에 교육부 수장이었던 서남수 씨의 경우 반(反)대한민국 사관으로 채워진 고교 한국사교과서를 가르치도록 방조한 인물이었다. 교학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하여 이를 빼도록 지시하고 ‘정부수립’이란 용어로 교체한 것도 그였다.

   
▲ 청와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 영문학과 교수 시절 집필한 저술 내용. /YTN 화면 캡처.

거꾸로‘북한정권의 수립’이라고 표기해야 할 대목에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쓰도록 하는 반역에 가까운 행위도 했다. 미래세대가 잘못된 역사관에 오염되도록 한 주범인 그의 도착된 인식은 지난 7월 장관 이임사에서 재확인됐다. 그는 좌파세력 앞에서 무장해제하는 걸 교육의 사명이라고 진지하게 발언했다.

그는 “만약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이 포기된다면, 학교는 파당적 이해관계나 정치 이념 간의 전쟁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천연덕스레 말했다. 서남수의 교육행정과 일련의 발언은 그가 현실감각이 결여된 이상주의자이거나, 아니면 소신없는 투항주의자라는 의구심을 낳게 했는데, 그와 난형난제가 황우여 현 장관이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기회주의적 좌우합작 정부인가?

그 증거가 취임 이후 교육부에 국사교육의 정상화 징후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인데, 그의 국정철학 부재는 아는 이는 이미 안다. 그는 입각 전 새누리당 대표 시절 국회 연설에서 “이제 통일은 이념과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공동생활체 복원과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서 우파의 원성을 샀다.  

이념과 체제를 다투는 정치투쟁인 통일을 ‘민족의 공동생활체 복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황우여 스타일이다. 그가 말한 개인 삶을 향상시키는 통일이란 수사(修辭)는 공허하기 짝이 없으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하의 통일이어야만 남과 북 주민들의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통일’이 가능하다는 헌법적 가치를 그는 끝내 외면했다. 

사실 그의 연설문 어디에서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는 말은 없다. ‘행복공동체’니 ‘한반도통일 평화협의체’니 하는 소리만 반복했다. 논란인 국회 선진화법도 그의 주도로 발의됐다는 걸 우리는 안다. 지난해 말 한 우파단체가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당의 자격을 포기, 식물국회를 자초하고, 국정원 개악의 칼을 좌파에 넘겨준 황우여는 국가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를 배신했다”며 물러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상률 논란은 간단치 않다. 일과성의 착오이거나 비리의 차원을 넘어 합당한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문수석 자리는 교육-문화 전반을 관장한다.

결과적으로 김상률 논란은 박근혜 정부 전체에 누가 됐다. 아니 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소신이 결여된 기회주의적 좌우합작 정부가 아닌가하는 오랜 의구심에 다시 불을 붙였다. /조우석 미디어펜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