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미국이 평화 위협”…폼페이오 “많은 나라가 중국 우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과 중국이 아세안 중심 다자 외교협의체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9일 화상으로 열린 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남중국해’와 ‘홍콩’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EAS회의에는 아세안 10국과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아세안 회원국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거세게 부딪혔다. 

먼저 왕이 외교부장이 포문을 열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남중국해 군사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미국이 이를 방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평화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하며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내정으로 국제법상 간섭해서는 안 되고 각국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는 전 세계 국가 중 최고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전날 열린 중국과 아세안 10개국 사이의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미국은 지난 몇십 년간 전력을 다해 중국을 주적으로 과장해 왔다”며 “중국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중국 발전을 막으려 해 중미 관계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화상회의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외교부

폼페이오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몇몇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의 행동이) 우려가 된다는 뜻을 함께했다”며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확장하겠다는 중국의 주장은 불법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서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체포하거나 선거를 연기하고 민주주의를 찬성하는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등 국가안보법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몇몇 국가들과 함께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회의에서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중국의) 계속된 시도에 대해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며 미국을 거들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이 역내 번영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 대화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를 방지하고, 비군사화 공약을 이행하며, 남중국해 행동규칙(Code of Conduct) 협의가 국제법에 합치하고 모든 국가의 권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화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회원국이다./외교부

강 장관은 지역안보 차원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미국에 힘을 실었지만 경제 측면에서 아세안은 물론 중국과의 역내 협력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같은 날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조속한 경제 회복을 위해 역내 무역·투자 원활화와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필수 인력의 이동 보장, 무역 장벽의 완화, 식량 공급망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장관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필수 인력 이동 보장을 위해 우리정부가 일부 아세안 국가들과 ‘기업인 신속통로’ 신설에 합의한 것을 평가하면서 지역 차원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한편, EAS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2019년 6월 인도네시아 주도로 인도‧태평양 관련 아세안 차원의 단일한 입장 정립 도모 채택)에 제시된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국제법 존중 등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역내 다양한 구상들을 협력발전해나가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강 장관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우리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여러 국가들의 지역협력 구상들과 조화롭게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상생 번영을 위한 역내 연계성을 강화해나가자”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