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 중심으로 원인불명의 주가 급변동 사례 속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저금리 상황의 장기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된다. 일례로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가 급격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한 사례가 올해 들어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과열’을 우려케 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얼마나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있는지는 숫자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지난달 31일엔 한국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고객(투자자) 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종목을 발견하면 바로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 사진=연합뉴스


9월 들어 예탁금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유동성은 흘러넘친다. 지난 9일 기준으로도 투자자예탁금은 60조원에 육박하는 57조 2243억원을 기록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역시 17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코스닥에 대한 신용거래융자가 8조 524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장규모 차이를 감안할 때 코스닥 투자에서 더 많은 ‘빚투’가 감행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문제는 이렇듯 과감하게 이뤄지는 투자의 상당수가 속칭 ‘묻지마 투자’인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즉, 미래의 기업가치에 기대를 건 투자라기보다는 수급 기반의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용도로 코스닥 종목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정황이다.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있는 경우가 급증했다는 점은 이 의혹에 현실성을 더한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이유를 쉽사리 파악하기 힘든 시황 변동(주가변동) 상황이 발생하면 원인 규명 목적의 조회공시를 해당 기업에 요구한다.

이 조회공시 요구사례가 지난 9일 기준 무려 45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이맘때에는 6건에 불과했던 조회공시가 불과 1년 만에 무려 7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심지어 45건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80%의 기업들은 ‘중요정보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뚜렷한 원인을 기업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는 의미다.

이들 기업들의 특징은 이른바 ‘덩치’가 작다는 데 있다. 즉,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주당 가격 5000원 이하의 종목들이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높아진 유동성을 기반으로 소형주들에 대한 시세조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점점 가열될 확률이 높다. 당장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필두로 정치테마주 과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모두 예정돼 있어 사실상 내년부터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열풍이나 해외주식 투자 붐으로 은행 대신 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묻지마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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