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대 목소리에 여론도 부정적 기류
민주당 "당정 협의에서 결론" 선 긋고 강행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작은 위로’라고 설명한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재검토’ 주장이 이어지고 여론도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문제는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에서 터졌다.

통신비는 2차 재난지원금이 맞춤형 선별지원으로 결정된 뒤 보편적 지급 성격을 추가하기 위해 민주당의 제안에 의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설명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사진=더불어민주당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정신 갖고 할 일이 아니다(주호영)”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더욱 아픈 것은 여권 내의 비판이다.

이낙연 대표와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0일 “통신비는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버리니 승수 효과가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지 하루만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 9000억원으로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더해 안민석 의원도 김 지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굳이 더 비판할 가치가 있을가 싶다”며 “통과되든 안 되든, 정부에 대한 반감과 냉소만 키우고, 후세 사람들은 두고두고 조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 조사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2%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였고 4.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며,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키’를 쥔 민주당은 일단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밝힌 통신비 지급을 불과 며칠 만에 원점으로 돌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3일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주재했다. 통신비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인호 수석대변인인 간담회를 마친 뒤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이미 당정 협의에서 결정 난 것이기 때문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고, 오늘 관련한 일체의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이 ‘독감 백신 접종’으로 맞불을 놓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서면서 자칫 오는 18일로 못 박은 추경안 처리 시한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1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추석을 앞두고 1조원이나 되는 혈세로 13세 이상 전국민 대상 통신비 2만원을 전부 지원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무차별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추경 심사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정부와 여당이 야당, 국민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경청하고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며 "통상적으로 추경이 제출되고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2~3주 정도는 걸렸다. 빨라도 그 정도고 8조원의 소중한 혈세를 졸속 심사해선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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