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미 외교차관회담 나흘만 “긍정적 검토” 밝혔지만
국장급협의체 이미 있어…차관급 제안했다 카운터파트 조절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주 첫 방미 결과 발표한 ‘동맹대화’ 신설 여부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한미 간 엇박자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측 발표와 달리 미국 국무부 발표에서 빠졌기 때문으로 15일(현지시간) 나흘만에 국무부가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추진될지 의문이 남았다. 

앞서 최 차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양국 외교당국간 국장급 실무협의체인 가칭 동맹대화를 신설하는데 공감했다고 밝혀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대화는 한미 현안만 다루는 협의체라며 한미워킹그룹과 별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은 외교부가 11일 배포한 한미 외교차관회담 결과 보도자료에도 실렸다. 하지만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아 논란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워싱턴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국무부측이 “우리는 합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언론을 통해 국무부 내에서 “비건 부장관이 회담에서 동맹대화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맞지만 이를 발표할 단계까지 갈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최 차관의 첫 방미 성과를 만드는데 우리가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국무부의 첫 보도자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일본과의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한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만 짧게 담겼다.

최 차관은 12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동맹대화와 관련한 미국측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보도자료는 상호 강조하고 싶은 것만 강조하는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협의를 갖기 위해 기념촬영하고 있다./외교부

이후 국무부가 15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외교부가 다시 주미 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와 이 문제를 조율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부는 두 번째 보도자료에서 ‘합의했다’(agreed)는 표현을 썼지만 여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에서 외교부 차관으로 승진 이동한 최 차관이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비건 부장관과 첫 상견례에서 성과에 집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차관은 기자들 앞에서 “동맹대화는 철저하게 한미 간 양자 이슈만 다룬다”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최 차관이 제안한 동맹대화에 대해 미 국무부에선 현재 한미워킹그룹이 있고, 국장급협의도 계속 해왔는데 굳이 소통 채널을 추가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최 차관은 당초 자신과 비건 부장관이 카운터파트가 되는 협의체로 동맹대화를 제안했으나 동의받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렇게 최 차관의 당초 구상이 차관급 한미 양자 이슈 협의체였다가 미국측의 거부로 국장급으로 조절됐다면 국무부에서 나온 말처럼 이미 양국간 가동되고 있는 한미 국장급협의체에 굳이 ‘동맹대화’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일 필요가 없어보인다.

‘동맹대화 신설에 한미 간 여전히 엇박자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15일 외교부 관계자는 최 차관의 발표 내용을 상기시키며 “(최 차관의 제안에) 미측이 공감했다라고 했다”면서 “이제 날짜를 잡아서 개최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앞서 10월에 첫 동맹회의 회의 개최 추진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동맹대화를) 해야한다는 것 자체에는 이미 공감했다”고 강조하고, “이제 날짜를 정하고, 어디서 할지, 어느 정도 참석할지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면 협의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을 봐야 하지만 대화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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