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국민 무료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포퓰리즘 논란
"나머지 국민 어떻게 접종 받나" vs "선제적으로 공격적 조치해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만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대응해 전국민 대상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전국민’ 무료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본질은 혈세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실효성이 없는 통신비 지원보다 코로나19 방역에 더 효과적이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신비 지급에 대해 언급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쓸 돈이라면 독감백신을 전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무료로 하자’는 제안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소개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이어 “지금 백신은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3000만인분 백신이 준비돼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무상으로 접종하는 18세 미만과 62세 이상은 1900만 샘플이고 나머지 1100만 샘플은 여전히 여분이 있기 때문에”라면서 유료접종 1100만명분을 국가가 사들여 무료 접종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국민의힘의 당론은 ‘전국민’으로 굳어졌다. 

배준영 대변인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은 주 원내대표의 개인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당 차원에서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독감도 이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예방 접종을 맞아야할 필요성이 있는 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우선순위에 볼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녹십자, SK케미칼 등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미 올해 생산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새로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녹십자는 6개월 가량이, SK케미칼은 2~3개월이 걸린다. 일러야 내년 초에나 가능해 유행이 지난 뒤에 접종하는 꼴이 된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1100만명분을 국가가 사들여 무료 접종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무료 접종 대상 1100만명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는가라는 문제다.

   
▲ 지난 8일 오후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앞에 독감백신 접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하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은 이날부터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소위 1100만명분을 돈을 주고 형편이 되는 사람만 되는 사람만 맞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유하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건강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취약계층이라든지 면역력 약한 사람에게 차라리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즉, 전체 국민 5200만명에서 무료 접종 대상이 되는 1900만명을 제외하면 3300만명이 남는다. 이들 가운데 경제능력을 고려해 1100만명을 다시 선별한 뒤 무료 접종을 실시하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무료접종을 더 확대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1100만명을 선별할 것인가”라면서 “나이로 자를 것인가, 소득으로 구분할 것인가, 선착순으로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만약 1100만명을 골랐다면 나머지 국민은 어떻게 독감백신을 접종 받아야 하나. 없는 백신을 어디서 구하나”라면서 “방역은 정치가 아니다. 정쟁의 대상이 될수도 돼서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전 세계에 국민의 절반 이상 독감 백신을 접종한 나라가 없다. 우리는 (그보다) 10%포인트 높였다”면서 “상식적으로는 전국민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의료적으로는 과유불급이다. 과도하면 비효율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본질은 코로나19 방역에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효성 없는 사업에 1조원 가까이 쓰여지는데 코로나 방역이 제일 급선무 과제라고 하면 독감이 동시 유행할 것을 대비해서 독감 백심을 무료 접종하는 게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는게 원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기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떻게 하면 통신비를 안 받을 수 있냐'는 글이 올라왔더라"며 "국민 생명을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트윈데믹 걱정도 많고 전 국민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서정숙 의원도 "선제적으로 공격적인 조치를 했을 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접종률을 50%로 가정했을 때 2134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80%로 가정했을 때는 3114억원이 든다"며 "백신 면역률은 코로나19 때인 지금 수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으니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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