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잇단 투쟁·임기 절반 남은 사장 해임 건의 점입가경…무리한 경영 간섭 화 불러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시범운영 1호로 지목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과정에서 청년들 사이에 불공정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파문은 3년 임기 중 절반이나 남은 구본환 사장의 해임파문으로까지 번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감사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해임을 요청했다. 구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며 "물러날 이유와 명분이 없다", "해임 시 법적 대응 하겠다"고 강경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차지한 알짜 공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리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8905억 원의 대규모 흑자에서 올해는 3200억여원의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17년 만의 적자다.

문제는 코로나 와중에 무리하게 밀어 붙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알짜 우량 공기업이 하루 아침에 불공정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고 멀쩡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결국 사장의 해임 파장으로까지 번진 건 정부 탓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직접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이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시범무대가 됐다. 경영 여건보다는 일방적인 정부의 공공 고용확대 정책 추진의 시험장이 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구 사장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앞장섰다.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시범운영 1호로 지목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첫 외부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에서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갖고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불공정하다"는 취업 준비생 등의 반발이 커지면서 인국공 사태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멀쩡히 잘 다니던 사람 수십명이 공개채용에서 탈락하는 일도 있었다.

국토부에서 잔뼈가 굵은 구 사장이 반발하는 모습이 결코 바람직하거나 아름답게 비춰지지는 않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다. 일부에선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국토부의 뜻과 달리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하고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벌어진 것이 해임의 배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 사장 1명의 책임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인국공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3일 국토부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넣었다. 한 교수단체는 "직고용이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불러온다"며 구 사장과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인국공 사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꼬여 가고 있다. 실마리를 찾지 못한 정부가 구 사장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구 사장이 "자진 사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문제는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분명한 건 이 회사가 코로나 사태 속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만신창이가 돼 간다는 사실이다. 보안요원 직고용 발표 후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잇따라 투쟁에 나서면서 노노갈등이 빚어지는 등 내부 혼란은 극심하다. 사면초가 양상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 겪는 진통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과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에 따라 1월 말 기준으로 853개 공공부문 비정규직(41만5602명)의 41.9%(17만3943명)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10개 공공부문은 객관적인 검증 과정도 없이 묻지 마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이른바 일괄 전환 방식이었다. 경쟁 채용 방식으로 전환한 곳은 조사 대상의 4.5%(38개소)뿐이었다. 474개소는 일괄 전환과 경쟁 채용을 혼용했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예산이나 재정 여건 등 현실적 어려움은 덮어둔 채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것은 혼란을 부를 수 없다. 인국공 사태처럼 공정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으로 적자 공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만 축나게 되는 것이다.

취업 절벽에 몰린 청년들의 분노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의 선심 공약 때문에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미취업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박탈당한다. 생산성 향상도 없이 정규직 일자리만 꿰차면 채용 여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취업준비생들은 10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비정규직은 시험도 없이 정규직 일자리를 챙긴다. 
 
인국공 사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이란 정치적 선심 공약이 부른 폐해의 중심에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평등·공정·정의를 부르짖었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정치에 의한 고용시장 왜곡을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불공정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 오류부터 살피는 상식을 가져야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