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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아차산 ‘긴고랑길’
계곡에 발 담그고 내려오면, 벽화와 명품소나무
승인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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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9-19 08: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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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산에서 바라본 한강과 잠실. 롯데타워가 우뚝하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서울 광진구과 경기도 구리시 사이에 솟아 있는 아차산(峨嵯山)295.7m의 낮은 산이지만, 높이에 비해 무게감은 아주 큰 산이다.

아차산의 한자 표기는 옛 기록을 보면 삼국사기에는 아차(阿且)’아단(阿旦)’ 2가지가 나타나며, 조선시대에 쓰인 고려역사책인 고려사에 지금의 명칭 아차가 처음 나타난다.

이 산은 조선시대에는 한양 도성을 연결하는 내사산(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과 그 외곽을 넓게 둘러싸고 있는 외사산(外四山. 북한산, 아차산, 덕양산, 관악산)의 하나였다. 그 안쪽, 특히 한강 이북지역이 한양도성의 주변부, 요즘 식으로는 수도권(首都圈)으로 조정에서 관리했다.

외사산을 선으로 이으면 대체로 지금의 서울시 경계와 일치하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당연히 외사산 중 관악산을 제외한 3곳은 국방상으로도 요충지였다

북한산에는 북한산성, 덕양산에 행주산성이 있다면, 아차산에는 백제가 처음 쌓은 아차산성이 있다. 또 남한 내 최대의 고구려 유적이라는 보루(堡壘. 소규모 성채) 유적들이 다수 분포한다.

산줄기 측면에서도 아차산의 지위는 특별하다.

아차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한북정맥(漢北正脈) 중 도봉산에서 동남쪽으로 가지를 친 지맥(支脈)이 수락산과 불암산을 일으키고, 다시 망우리고개를 넘어 달려 가장 끝에서 한강을 만나 누운 곳이다.

그 산줄기를 오르면, 서쪽으로 서울시내, 동쪽으로 경기도 땅과 유장한 한강 물줄기가 한 눈에 조망되니, 과연 명불허전의 명산이라 할 만하다.

아차산 바로 옆에 있는 용마산의 해발 348m 정상인 용마봉(龍馬峰)은 옛날 용마가 튀어나와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다.

   
▲ 긴고랑골 계곡 [사진=미디어펜]

이 용마봉과 아차산 사이에서 중곡동 쪽으로 내려오는 골짜기가 긴고랑골이다.

골짜기가 길어서 긴골’ ‘진골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이 계곡은 이 주변에서 거의 유일하게 발을 담글만한 물이 있는 곳이다. 여름이면 물놀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계곡물이 넘치게 흘러내린다.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오면, ‘긴고랑길 아트투어거리가 있다.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인 중곡4동 주민센터 인근 긴고랑공원부터 계곡 입구까지, 1km의 동네 골목 담벼락과 계단을 온통 벽화들로 장식한 곳이다.

중곡4동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청소년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참여, 지난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지역정체성과 테마형 디자인을 담은 풍경을 재현했다.

대표작품은 35점이지만, 작고 앙증맞은 벽화들을 훨씬 많이 만날 수 있는 예쁜 거리다.

긴고랑공원 시설 벽화에는 꽃과 나무, 나비가 가득하고, 언덕길이 많은 동네라 계단이 많은데, 그 계단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산과 들과 실제 나무도 한 폭의 그림으로 여겨질 정도다.

계곡 중간쯤에는 아차산을 돌아가는 둘레길도 있다.

둘레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데크가 유독 많은 길이다. 문득문득 시야가 트이며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위로는 용마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그 길의 끝에 기원정사(祇園精舍)가 있다.

기원정사는 아차산 서남쪽 초입에 있는 아담한 비구니사찰로, 1978년 설봉스님이 창건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 영화사(永華寺)와는 약 100m 거리다.

기원정사는 본래 인도 마갈타국의 기타태자 소유의 동산을 수달장자가 구입, 석가모니에게 보시한데서 비롯된 승원(僧園)을 뜻한다.

이 곳 기원정사에는 이런 얘기가 전해진다.

설봉스팀이 도심 포교를 위해 가람을 세울 곳을 찾다가, 아차산 중턱이 아름답게 보여 무작정 올라와 발길이 머문 곳이 지금의 기원정사 대웅전 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예부터 이 자리는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어, 땅값도 비싸고 매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땅 주인의 꿈에 어떤 스님이 길을 닦고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드리는 모습이 나타났고, 같은 날 그의 남동생은 방안에 스님들이 가득 앉아 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결국 땅 주인은 이 터를 설봉스님께 보시(普施), 기원정사를 창건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각이라곤 달랑 스님의 거처를 겸하고 있는 듯한 대웅전 하나 뿐인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앞뜰에 있는 멋진 소나무다. 우산처럼 넓게 가지를 펼친 그 넉넉한 품 안에 족히 열댓 명은 품을 듯한, 명품 소나무다.

그 옆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도 봐줄 만하다.

소나무들 아래 앙증맞은 3층 석탑과 석조가 예쁘고, 대웅전 옆에 있는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은 새빨간 여인의 입술을 하고, 중생의 질병과 번뇌, 무지까지 치료하는 부처님이다.

기원정사를 나와 골목을 쭉 내려오면, 지하철 아차산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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