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둘째딸 민정(23)씨가 26일 해군 장교로 임관하자 정·재계에서 극찬이 쏟아져 나왔다.

해군은 26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 주관으로 제117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108명의 임관식을 거행했다.

   
▲ 26일 오후 제117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소위가 임관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안고 가족들과 즐거워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이날 임관식에서는 미래 해군·해병대를 이끌어 나갈 해군 88명(여 13명)과 해병대 20명 등 총 108명의 신임 소위들이 임관했다. 여성 신임 소위 중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둘째딸 최민정도 포함됐다.

최민정은 지난 4월 해군사관후보생(117기)항해과에 지원, 1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사관후보생에 합격했다. 이후 9월15일 경남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해 10주간 장교 임관에 필요한 기본교육을 받았다.

117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해군·해병대 장교 총 108명이 소위 계급장을 단다. 이 가운데 여성은 최민정을 포함해 13명이다.

정식 임관은 다음달 1일이다. 해군 소위로 임관하게 되면 3개월간 초등군사반 교육을 이수한 뒤 실무부대에 배치된다.

한편 최민정은 중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베이징대학 재학 대학 시절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을 정도로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 재학 때 중국인 학우들과 한·중 문화교류 동아리를 만들고 대학생 때는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는 등 열정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최민정은 해군 장교 지원을 스스로 결심한 뒤 가족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안팎에선 최민정의 해군 장교 지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보통 재벌가 자제들이 어린 나이에 고위 임원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는 것과 달리 여성으로서 군 장교를 지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자제들의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딸이 경영에 뛰어들지 않고 군 장교를 지원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재벌가 세습이나 병역면제 등 특혜 논란을 뛰어넘고 사회지도층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권총사격 훈련하는 최태원 회장 딸 최민정/뉴시스 자료사진

또 정치계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의 해군 소위 임관에 대해 "그동안 재벌가의 어두운 소식만을 접했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라며 극찬했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영국의 귀족들과 보수층이 아직도 건재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앞장서서 전쟁에 참여하고, 수많은 목숨을 바쳐 국가와 국민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집권층과 재벌들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은 '특권'을 누리기만 했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와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재벌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집권층과 재벌가에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제2, 제3의 최민정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