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부문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초반이긴 하지만 상당히 기분 좋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손흥민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사우샘프턴과 2020-2021시즌 EPL 2라운드 경기에서 무려 4골 폭죽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4골을 몰아넣은 손흥민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과 나란히 득점 공동선두가 됐다. 칼버트 르윈은 토트넘과 개막전 결승골(에버턴 1-0 승)에 이어 지난 19일 웨스트 브롬위치와 2라운드에서 해트트릭(에버턴 5-2 승)으로 4골을 기록했다.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손흥민이 기라성같은 공격수들이 모여있는 EPL 무대에서 득점 선두에 자리한 것은 뿌듯하다. 절정의 기량과 갈수록 물오르고 있는 골 감각을 감안하면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는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다만, 손흥민이 더 많은 골을 넣으려면 팀의 간판 골잡이로 활약해온 해리 케인이 욕심을 좀 덜 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케인은 2015-2016시즌, 2016-2017시즌 리그 득점왕 2연패를 달성한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골잡이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지난 시즌에도 18골(득점 공동 6위)을 넣어 11골의 손흥민보다 7골이나 많았다.

손흥민은 많은 골을 양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거가 된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것이 2016-2017시즌 14골(득점 13위)이었고, 2017-2018시즌 12골로 공동 10위에 오른 것이 득점 랭킹 최고 순위였다.

이는 손흥민의 포지션과도 관계가 있다. 손흥민은 주로 좌측 날개로 많이 출전해왔다. 팀에서 독보적인 원톱으로 활약한 케인이 득점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손흥민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토트넘의 최전방 공격은 손흥민이 맡았다.

손흥민이 4골 폭죽을 터뜨린 사우샘프턴에서 4골 모두에 도움을 준 선수가 바로 케인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케인은 위치에 상관없이 슛을 때릴 수 있고, 순간적인 움직임이 좋아 골문 앞에서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손흥민의 골에 4연속 도움을 기록하는 장면에서 확인했듯 질 좋은 패스를 내줄 수 있는 능력도 분명 갖췄다. 

그럼에도 케인은 득점왕 출신답게 그동안 자신의 골 욕심에 치중하는 플레이를 보였다. 케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만, 때론 동료에게 찬스를 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했을 때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케인 4도움-손흥민 4골'에서 확인했다.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그리고 양 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손흥민이 웬만한 찬스에서는 실수 없이 골을 만들어내는 결정력을 보유했다는 사실 또한 증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몇 골이나 넣을까. 몰아넣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부상 등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충분히 득점 선두권 경쟁을 벌이며 자신의 시즌 최다골 기록은 가뿐히 넘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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