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폭락에 340억 증발…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모습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미국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명 ‘서학 투자’의 향방이 어디로 귀결될 것인지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이들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 역시 상당폭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창업자가 물러난 미국의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한국의 개미들은 상당히 큰 변동성 앞에 직면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자료를 보면,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1억 5066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한화로 약 17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니콜라 주가가 약 19% 폭락했다는 점이다.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의 사임 소식이 폭락세에 불을 붙였다. 

이날 폭락으로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 가치는 하루 만에 약 339억원 증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초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제2의 테슬라’라는 기대감에 니콜라 주식을 매집한 투자자로서는 충격적인 하락세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의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식 매수 규모를 늘려온 개미들은 ‘동학 운동’의 주인공들로 비유돼 왔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부터는 ‘동학’이 아닌 ‘서학 개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들은 해외 중에서도 미국, 그 중에서도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나스닥 기업에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특히 테슬라에 대한 서학 개미들의 애정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종목이 바로 테슬라다. 매수 규모는 지난 18일까지 총 21억 9298만 달러(한화 약 2조 5515억원)에 달한다.

테슬라가 새로운 2차 전지(배터리) 기술을 공개하는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국내 주식투자 이벤트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달라진 투자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세계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내용이 발표될 경우, 해외주식은 물론 국내외 배터리·자동차 업계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상당폭 조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개미들은 6억 4740만 달러 규모의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이는 마치 지난 3월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장을 맞이했음에도 개미들은 순매수 규모를 유지해 결국 수익을 낸 장면을 연상케 한다. 즉, 높아진 불확실성에 오히려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주식투자자들은 연령대가 어려지고 정보력이 강화되는 등 빠르게 ‘스마트화(化)’된 모습”이라면서 “국내 주식에서 수익을 낸 경험을 갖고 해외주식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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