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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족쇄 규제…추석 맞은 대형유통업계 '달의 몰락'
거대 여당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밀어 붙여…외국계 유통업체만 반사이익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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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9-22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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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대목에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에 걸려 문을 닫아야 한다. 퇴로도 출구도 없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규제로 인해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달의 몰락' 길을 걷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서울 등 주요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대부분 9월 27일이다. 추석 전 마지막 일요일인 27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의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있다.  

176석의 거대 여당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무급휴가로 버티는 대형마트를 겨냥해 또다시 '규제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20년 전에 사라진 유물 같은 법안이다. 여당이 밀어 붙이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 등에 이어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다. 전통시장 1㎞ 이내 대형마트 개설을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전국에는 1486개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지정돼 있다. 법안의 주요 핵심은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규제가 앞으로 5년간 유지되는 방안이다. 코로나 사테에서도 '유통기업 옥죄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DMS 올 11월 일몰될 예정이었던 제도였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규제 유지를 밀어붙였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처리가 확실시된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해당 규제는 2025년 11월까지 계속된다.

   
▲ 올해 추석 대목에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에 걸려 문을 닫아야 한다.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시대착오적인 행정으로 퇴로도 출구도 없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규제로 인해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달의 몰락' 길을 걷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해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빨리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술 더 떠 여당은 대형마트 이외에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도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복합쇼핑몰의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도 연내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규제들이 줄줄이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 11개의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적용돼 온 의무휴업일은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타필드', '롯데몰' 등 점포와 아울렛들도 대형마트와 같이 2주에 1회 주말 휴점을 단행해야 한다. 

또 상권평가 영향 대상 업종 확대, 점포 등록 허가제 등 입지 규제도 더욱 강화된다. 특히 1km였던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은 20km로 20배 늘어나게 된다. 업계는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대형 유통업계를 '악'으로 규정짓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는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포의 경쟁력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인데도 규제 강화 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시장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에 대한 규제는 이어가면서 이커머스, 식자재마트 등 '신흥 업태'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층 대부분이 이커머스로 이동한 만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 규제가 철 지난 규제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내 기업에 족쇄가 채워진 사이 외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규제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상생과 공정한 경제를 외치는 정부의 잘못된 규제가 국내와 외국 기업 간 역차별을 만드는 역설이다. 외국 기업은 선진국에서 유령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법과 제도를 비웃으며 돈을 쓸어담고 있다. 

대표적 외국계 유통기업이 코스트코다. '대형마트의 과도한 출점 규제' 조항이 생긴 2014년 2조8619억원이던 코스트코의 한국 매출은 작년 4조1709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롯데쇼핑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6% 크게 감소했다.

신세계는 1분기 영업이익이 97% 급감했고 현대백화점은 80.2% 떨어졌다. 홈플러스(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4%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전년보다 3995억원 대폭 늘었다. 올해 변경된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억원에도 못미친다.

유통은 생산·고용 창출의 대표적 산업이다. 생산에서는 업종별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많은 비중인 7.5%를 차지하며 고용비중도 13.1%로 서비스산업 중 최고 수준이다. 대형 복합쇼핑몰 1개가 특정 지역에 입점하는 경우 5000∼6000명의 직접 고용이 이뤄지며 총 1만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다.

예컨대 롯데월드몰은 직접고용 6000명(청년 3300명), 취업유발효과는 1만3200명 선이다. 신세계 하남스타필드도 직접고용 5000명(청년 1000명), 취업유발효과 3만4000명이다. 대형마트 1개를 설치하면 약 200명의 지역 고용 증가효과가 발생한다.

복합쇼핑몰은 단순 쇼핑센터가 아니라 고객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시설이다. 쇼핑몰 강제 휴무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침해한다. 입점 소상공인·납품업체·산지유통업체 등 협력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는다. 대형마트의 거래처 약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규제의 파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2015년 404개였던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지난해 405개로 1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는 올해 16개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125개이던 롯데마트 국내 매장은 연말 109개로 줄어든다. 홈플러스도 점포 매각에 나서는 등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표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통시장 매출은 23조9000억원이었다. 대형마트 규제를 시작한 2010년(21조4000억원) 이후 2조5000억원(11.6%) 늘었다. 정부가 전통시장 지원에 쓴 누적예산(2조483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8년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친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수도 1517개에서 1437개로 줄었다.

대형유통기업은 '갑', 골목시장은 '을'이라는 프레임은 실체없는 허구다. 대형유통기업을 잡으면 전통시장·상점이 살아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일자리 정부가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유통 규제에 따른 영향조사'에서 복합쇼핑몰이 월 2회 의무휴업 등을 할 경우 일자리가 6161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반기업정서를 앞세운 정치권의 이해가 일자리와 상생의 시장을 망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온라인몰이나 식자재마트 등으로 발길을 돌렸고, 외국계 유통 공룡은 어부지리를 얻었다. 대형마트와 납품 중소협력업체와 상생 효과를 누리던 전통시장마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장은 경쟁으로 커야 한다.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정부가 시장의 진입과 퇴출, 선택의 폭도 규제하는 한 시장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시장은 지금 사라진 10년에 또다시 5년의 시계를 거꾸로 가고 있다. 추석이 코앞이지만 지금 유통업계는 '달의 몰락'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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