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부산 북구청 상대로 구상권 청구 방침
격리 위반 A 씨 진술에 따라 책임 소재 가려질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9개월 지난 가운데, '자가격리자 동선 통보'를 놓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의 첫 싸움이 붙었다.

전남 순천시는 22일 부산 북구청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상권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는 상환 청구권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에서는 대구시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를 상대로 청구한 것,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청구한 것, 그외 방역당국이 개인이나 단체를 상대로 방역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한 사례가 있다.

순천시가 북구청을 상대로 내는 것은 국내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간 구상권 청구다.

이는 부산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60대 남성 A 씨(부산 383번 확진자)의 동선 통보에 관한 것이다.

   
▲ 순천시에서는 지난달 20일 방문판매업체를 다녀온 7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지역사회에 빠른 속도로 번져 69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순천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일 부산 362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고, 11일이 지난 17일 부산 북구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았다.

A 씨는 자가격리자가 자신의 휴대폰에 설치해야 하는, GPS 기능이 장착된 '자가격리앱'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통보 전날인 16일 순천으로 이동해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면서 가족의 장례를 치렀다.

이후 순천시는 21일 A 씨 가족으로부터 확진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와 동선이 겹치는 199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에 들어갔다. 23일 순천시에 따르면, 다행히 199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우선 순천시는 A 씨에 대해 17일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고도 격리를 지키지 않고 순천 장례식장에 왔다는 점을 들어 구상권을 청구했다.

부산 북구 보건소에 대해서는 17일 자가격리 통보를 할 당시 순천 보건소에 통보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한달 전 순천 5번 확진자로부터 일어난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심각했다"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부산 북구청과 A 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 북구청은 22일 해명자료를 내고 '순천시 주장이 잘못됐다'며 반박에 나섰다.

핵심인 자가격리자의 동선 통보와 관련해 북구청은 "A 씨에게 자가격리 통보를 할 때 순천 방문 소식을 듣지 못해 수칙 위반을 순천시에 통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치 동선 확인과 관련해 A 씨가 자가격리앱을 설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구청은 "A 씨가 60세 이상 고령이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북구청 해명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담당 공무원이 A 씨와 통화하며 '집 대문 앞에 (자가격리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고 하니 '알겠다'는 답변을 들어 담당 공무원은 격리자가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A 씨 진술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위치 확인 및 동선 통보를 놓고 양 지자체 간의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