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색과 경제 3법 두고 당내에서 터져나온 불만
김종인 “총선 패배 잊지 말라” 경고, 정면돌파
“불만이 터진 것” vs “그래도 김종인이니까”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연이은 내부 파열음에 “당의 존립을 경고한 4월 총선 패배를 잊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4·15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이 참패하고 황교안 전 대표가 물러나자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 이후 행보는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기조 아래 파격적이었다.

그는 21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에서 하는 모든 행위라는 것이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가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한다”고 그간의 행보에 대해 설명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하지만 최근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즉 이른바 ‘경제 3법’을 두고 김 위원장과 당 중진 의원들 간 갈등이 거칠어지고 있는 와중에 지난 14일 발표한 당색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당의 일치된 모습”을 강조했지만 일부 현역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당색으로 ‘빨강·노랑·파랑’ 3색을 함께 쓰는 안을 제시했지만 기존 당색인 핑크색과 빨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상징색 결정 여부에 대해 “김 위원장이 입장을 말했고 반대 의견을 낸 분도 있고 찬성 의견을 낸 분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권한이 있는 기구에서 당색을 결정하자는 데는 합의가 이뤄졌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권한이 있는 곳에서 최종 결정하자는 게 잠정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돌고 돌아 비대위가 최종 결정을 하게 된 셈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서 당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본소득 주장, 정강정책 개정, 5.18 '무릎 사과' 등 과감한 외연확장 행보를 보였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반발 기류도 존재했다. 

최근 ‘경제 3법’ 찬성 입장은 대기업에 대한 기존 보수 정당의 기조에 반한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가 거세게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 3법(경제 3법)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밖에서 듣는 이야기를 반영하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오히려 당내 반발 여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더구나 야당 몫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며 기존 당론과는 상반된 의사를 밝히면서 ‘경제 3법’과는 또 다른 리더십 논란을 예고한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을 살리겠다는 목표로 강력하게 그립을 쥐고 당을 이끌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하나둘 쌓여가던 불만이 결국 이번에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까지는 사실상 답을 정해두고 일방통행식 운영의 성격이 강했다”면서도 “다만 본인 스스로도 전날 의총에서 ‘소통’ 부분에 대해 언급한 만큼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반면 영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일방통행이라는 불만도 제기되지만 총선 이후 당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던 게 사실 아닌가”라며 “김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당을 이만큼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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