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32)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는 분명 에이스임에 틀림없는데, 그라운드 밖에서는 마케팅 팀장인지, 응원단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번에는 스트레일리가 '홈런 징'을 롯데 덕아웃에 등장시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가 맞붙은 22일 사직구장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롯데 덕아웃에서 징 소리가 울려퍼진 것.

롯데 덕아웃에 징을 가져다놓은 사람이 바로 스트레일리였다. 그는 사비 31만원을 들여 징을 주문해 로켓 배송으로 이날 징을 받아 덕아웃에 비치했다. 그리곤, 동료 타자들이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면 징을 치게 했다.

이 독특한 응원은 이날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이병규가 2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때리고 징을 처음으로 울린 주인공이 됐다. 선발투수 스트레일리가 직접 징 채를 이병규에게 건네줬고, 이병규가 흐뭇한 표정으로 징을 울리자 롯데 선수단은 환호했다.

   
▲ 홈런을 친 전준우에게 징 채를 건네는 스트레일리, 롯데 덕아웃에 등장한 징.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어 4회말 전준우가 솔로 홈런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내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두 번째 징 소리가 사직구장에 울려퍼졌다. 역시 스트레일리가 징 채를 전준우에게 건네줬다.

'징 응원' 덕분인지 롯데는 이날 홈런 2개 포함 10안타로 8점을 뽑아내 5연승을 달리고 있던 kt에 8-0 완승을 거뒀다. 선발투수로 나섰던 스트레일리는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승리의 주역까지 되면서 징 응원의 효험을 팀에 시원하게 전파했다.

스트레일리의 팀을 위한 '장외 활약'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 6월에는 포수 김준태의 사진을 활용한 티셔츠를 직접 제작해 일명 '분하다 티셔츠' 또는 '준태티'를 빅히트 시켰다. 공교롭게도 이 티셔츠 제작 후 롯데는 시즌 초반 바닥권의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팬들의 폭발적 인기 속 2600장을 판매한 '준태티'는 완판됐다. 

이후에도 스트레일리는 7월에 'KBO 최고 빠던' 전준우 티셔츠, '마차도한테 치지마' 마차도 티셔츠, 투수 파트 통역 배우현 씨를 모델로 한 티셔츠 등 티셔츠 3종 세트를 제작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얼마 전에는 스트레일리의 아이디어로 롯데 선수단에 이색 응원도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짝짝이'로 불리는 클래퍼였다. 손바닥 모양의 이 짝짝이는 흔들면 소리가 나 무관중 경기에서 유용한 응원도구로 각광 받았다. 허문회 감독이 누구보다 열심히 짝짝이 응원을 펼쳐 관심을 받기도 했다.

   
▲ 허문회 감독과 롯데 선수단이 펼치는 짝짝이 응원.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번엔 '스트레일리표 징'까지 선을 보였다. 그는 한국 전통 악기인 징이 생소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는 좋은 응원도구가 될 것으로 직감해 주문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후 스트레일리는 "코로나 등으로 인해 유독 길고 힘든 시즌에 동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징을 구매했다"며 "징을 준비한 날에 홈런 두 개가 나와 정말 기쁘다. 징 채를 가지고 선수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롯데는 독특한 응원 문화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직구장은 유관중 시절 '사직 노래방'으로 불렸으며, 주황색 쓰레기 봉투나 신문지를 활용한 '봉다리 응원' '신문지 응원' 등이 유명했다.

스트레일리가 각종 응원 아이디어를 내 연이어 히트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그에게는 분명 자이언츠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는 11승(4패)을 올리고 평균자책점 2.66(3위)에 160개의 삼진(1위)을 잡아내고 있는 롯데 에이스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