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넘어서' 운동권 뺨쳐…박근혜 정부 국정철학과 배치

미디어펜 객원 논설위원 조우석은 최근 논란이 된 김상률 청와대 교문수석의 또 다른 저술 <폭력을 넘어서>(2008년 숙명여대 출판국)와, 편저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2006년 책세상)를 긴급 점검했다. 두 책은 김 수석의 섣부른 반미(反美), 반제(反帝)의 목소리란 바뀌거나, 전향할 수 없는 학문적 소신임을 확인해줬다. 그는 9년 전 펴낸 저서 <차이를 넘어서-탈식민시대의 미국문화읽기>에서도 "북핵(北核)은 약소국 생존을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규정, 통진당 이석기 의원 급의 종북주의자임을 보여줬다.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 역시 자위권 행사"라는 서술로 도착(倒錯)에 가까운 반미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김 수석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는 여론의 향배를 관망하고 있다. 다음 글은 긴급 점검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 조우석 문화평론가
김상률 청와대 교문수석의 또 다른 저술인 <폭력을 넘어서>(2008년 숙명여대 출판국)와 편저인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2006년 책세상)를 점검해본 결과 최근 논란이 됐던 반미(反美), 반제(反帝)란 오래 전부터 내면화된 그의 학문적 소신임이 새삼 확인됐다.

반미, 반제는 미국문학 비평으로 표면상 '학문의 옷'을 걸치고 있으나, 너무도 일방적이고 생경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고 1980년대 운동권의 대자보에서 멀지 않다. 

전면적 반미와 노골적 반제국주의 소신은 미국의 탄생과 건국 과정에 대한 총체적 비판은 물론 헤밍웨이, 포크너 등 미국 작가 비판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왜곡과 저주의 형태로 책 곳곳에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그의 이런 소신은 1970년대 이후 서구의 영문학계에 등장한 좌파 성향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틀을 빌린 것이며, 국내에도 다수의 학자들이 이쪽의 성향인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김 수석의 저술이 학계 반미-반제 목소리를 아류(亞流)의 형태로 반복하거나 확산시키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거의 시한폭탄에 가까운 그의 사고와 저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도 물론이다. 지금 침묵 중인 청와대는 김 수석의 반미, 반제의 사고가 예전의 것이며, 지금은 바뀌었다고 비공식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도 다르며 그의 저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나온 반응이다. 

26일자 조간신문들은 그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종북주의자 강정구 교수의 발언을 옹호했다고 보도했지만, 그의 저서에는 이런 인식과 발언이 훨씬 강도 높게 등장한다.

때문에 그의 섣부른 반미-반제란 일과성의 구호가 아니며 몸과 마음에 배어있는 불치병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교육과 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의 사람으로는 심하게 부적절하다.

   
▲ 김상률 청와대 교문수석의 저술 <폭력을 넘어서>(2008년 숙명여대 출판국)

‣섣부른 반미 의식… 미국의 탄생과 건국 자체부터 심하게 부정적

그는 신대륙 발견과 미국의 건국 자체를 "폭력의 시작"이라고 규정했고, 이후 전개된 미국사를 "폭력을 통해 소생하는 구조"라고 반복해 말하는, 담대하고 전면적인 미국 비판을 책의 도처에서 반복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종북주의자 강정구 교수를 옹호하는 글(서평)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폭력을 넘어서>의 서문에서 그는 "사실 1642년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정착한 것부터가 폭력의 시작이었다.…어느 면에서 미국 폭력의 시작은 유럽 제국주의 폭력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심한 것은 다음이다.

"미국문화에 깔려있는 집단무의식의 구조를 폭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할 수 있으며, 원주민 인종 학살, 흑인 노예제도, 독립전쟁, 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세계 양차대전, 월남전, 이라크 전쟁 등 미국 사회는 역사적으로 폭력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이 부분은 미국 문화사학자 리처드 슬로트킨의 말을 빌리는 방식이지만, <폭력을 넘어서>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학자적 신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이 책의 맨 앞부분에 "미국문화의 폭력은 바이러스처럼 세계를 구석구석 감염시키고 있다"라는 짧은 구절을 영어와 함께 자신의 좌우명처럼 선언적으로 올려놓고 있다. 요즘은 대학생도 이런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김 수석의 혼란스러운 인식은 거의 착락(錯亂)이자 도착(倒錯)에 가깝다.

‣"지금은 신(新)제국주의 시대"…자주와 해방의 이름으로 저항해야

그는 한국의 소트트 파워인 한류를 관장할 책임자로서 세계화에 대한 인식도 심히 균형을 잃었다. 일테면 세계화의 지금 시대를 18~19세기 제국주의가 새롭게 변화한 신(新)식민주의 내지 신 제국주의라고 책 곳곳에서 주장하고 있다. 즉 세계화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어서 "좋든 싫든 우리 삶의 조건"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세계화는 "자본과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신(新)식민주의 내지 신 제국주의"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20세기에 제대로 청산 못한 제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욱 김 수석의 저열하고 짧은 역사인식을 보여주는데, 지금 시점은 세계화의 이름으로 더 큰 규모로 전세계 구석구석을 공포와 테러로 조장하는 국면이라는, 사실과 전혀 다른 발언도 반복해서 당당하게 펼치고 있다.

"21세기 제국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펼쳐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구(舊)제국주의보다 세계화라는 제국은 저항하기도 힘들며, 실체 파악하기도 힘든 것이다" 고 말하거나 "세계화의 폭력에 노정된 국가와 민족은 자주와 해방의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도착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책 곳곳에서 종속이론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 "아메리칸 드림은 재미교포들의 악몽", 조승희 사건 관련 독설도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인 재미교포들의 삶도 심하게 모욕했다. 즉 미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한국인 1.5세 조승희 군 사건을 언급하며 "조승희 사건은 미국사회와 문화에 깊이 뿌리 내려있는 총체적인 사회문제가 폭력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미교포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사례이기는커녕 "미국의 꿈은 악몽이 되어 그들의 삶을 사로잡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는 이민자의 삶 이면에는 늘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식의 폭언을 했다.

‣마크 트웨인, 헤밍웨이 등 대표적 미국작가도 모두 제국주의자

김 수석은 미국문학을 상징하는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위대한 게츠비>의 피츠제럴드, <해는 다시 떠오르고>의 헤밍웨이 등 핵심 작가 거의 모두를 "제국적 무의식을 가지고 있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백인남성 브르주아 이데올로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작가"라고 책 전체를 통해 맹폭하고 있다. 

또 그들을 "제국주의 침탈의 정당성을 찬양한 서구 중심주의의 제국주의자"로 규정하는 일방적이고, 무모한 규정을 책 전체에서 일삼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 독자들의 고전으로 읽힐 가치가 없다는 암시도 전하고 있다.

매우 뿌리 깊고, 전면적인 반미 정서를 내면화한 김 수석을 현직에서 물러서지 않게 할 경우 자칫 맹방인 미국과의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조우석 미디어펜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