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년 무분규 기록을 깨고 지난 27일 울산 본사에서 4시간에 걸쳐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1989년 128일 파업과 1990년 골리앗 파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사는 50여 차례 얼굴을 맞대고 교섭을 벌였지만 회사측이 제시한 3400억 원 인상을 끝내 거절하고 기본급 대비 6.5%, 성과급 250%, 호봉승급분 인상 등을 받아 들이라며 ‘겁주기 파업’을 진행한 셈이다.

문제는 심각한 회사의 경영악화를 알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말 현재 3조 원대의 적자상태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선박을 만들어 팔수록 이익이 아닌 손해를 본다.

선박제조는 원가가 높아 수주해도 약 6~7% 가량 손실 발생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그래서 조선업종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부채 비율이 더 높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말 현재 부채총계는 37조 1300여 원을 기록해 자본총계 16조 8500여억 원의 두 배를 넘고 있다. 특히 부채 중 28조여 억원은 빠른 기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유동부채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27일 오후 울산 본사 사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조합원 6000여명(노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을 열고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뉴시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 관철을 위해 벌인 부분파업 강행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예고편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내부보다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엔저로 약화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따라서 노사가 힘을 모아 외부의 악조건 환경과 싸워야 한다.

회사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보유주식까지 매각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취임한 권오갑 사장은 회사가 정상화되면 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자신도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며 통사정 하고 있다. 회사가 존재할 때 황족이든 귀족이든 칭얼거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타 기업과의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은 노조도 인정해야 한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근로자 평균근속연수는 18년이다. 평균 연봉도 7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으로 연간 700여억 원을 풀고 있다. 이쯤 되면 88만 원 세대에 정말 부러울 게 없는 황족 노조인 셈이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사태는 가진 자들의 배부른 소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날로 악화되는 글로벌 환경 극복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노조 파업이 회사를 절단 내고 국가 경제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도 더 이상 정규직 노조들의 배부른 소리가 국가경제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단호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경환 기획재정부 부총리가 최근 정규직이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주력하려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즉하면, 노조전문가들 마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7.4%를 차지하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할까.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월평균 급여(392만 원)는 비노조 중소기업 근로자(134여만 원)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특히 귀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여 원에 육박함은 물론 공장 생산라인 신증설이나 새 차 생산을 할 때도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떼' 앞에서는 할 말마저 잃게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현대중공업의 규모와 조선소 근로자들의 고된 작업강도를 감안하면 회사측 제시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위기상황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적자 구조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증가한다면 누적 적자는 쌓일 것이고 적자충당을 위해서는 자금을 더 빌려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투자자나 채권자들이 등을 돌려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필란드 노키아가 경쟁력 약화로 몰락하는 것을 보았다. 또 5년 전 쌍용자동차가 무너지며 수많은 직원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사례도 있었다.

쌍용차 대량해고 당시 직원들이 고통분담에 동참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회사가 이익이 날 때도 임금을 동결했다는 노조측 주장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배부른 싸움도 경쟁력을 갖추고 이익을 낼 때의 이야기다.

심각한 경영악화로 지쳐가는 회사에 생떼를 써 봐야 노사 모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 싸울 때와 물러설 때는 아는 ‘손자병법’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