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 통에 통지문 발송, 북 ‘묵묵부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는 24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선원 A씨가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명의의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이번 사건을 파악한 경위를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22일 처음으로 서면 보고를 받았으며, 이때 A씨가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발생과 북측이 A씨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 내용까지 보고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A씨가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살돼 불태워진 사실을 대면으로 보고받고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A씨의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인 22일 18시 36분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대통령에게 첫 서면 보고했다. 

정부는 22일 10시 30분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23일 새벽 1시~2시 20분 이와 관련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 이 회의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비서실장,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서 상황을 공유하고, 첩보의 신빙성이 얼마나 높은지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바로 이 회의 시간인 1시 26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16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여 이번 사건의 상황을 공유하는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지난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으로 이미 발송됐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 청와대./미디어펜

밤새 진행된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첩보 내용을 정리한 것을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23일 오전 8시 30분~9시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며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3일 4시 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북측에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청와대는 24일 아침 8시 관계장관회의를 다시 소집해서 국방부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고, 오전 9시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분석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파악한 이번 사건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고, ‘신빙성이 높다’는 답변을 듣자 청와대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북에 사실관계 파악을 요청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 북한의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A씨가 월북했다는 이날 합참의 발표에 대해 “군에서 파악한 첩보 내용이라며 현재 해경에서 추가로 수사하고 있고, 곧 설명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는 북한이 A씨를 총격해 사살한 뒤 시신을 태운 것에 대해 ‘우발적 사고’ 등으로 볼 수 없고 ‘반인륜적 행위’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살 후 즉각 시신을 불태운 것에 대해 ‘시신 훼손’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북한의 행위가 9.19 군사합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9.19 군사합의는 해상의 완충지역에서 훈련과 사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그 합의의 세부 항목의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다. 그래서 오늘 북한의 행위에 대해 정부 성명으로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청와대 브리핑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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