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등 논란 이어지자 '거리두기'…중소형사 타격 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사모펀드와 관련된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제1금융권에 속하는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 ‘수탁업무’를 중단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을 검사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이와 같은 흐름이 가속화 됐다. 은행들 입장에선 검증된 상품만 취급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중소형 운용사들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사모펀드 수탁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이 현재 사모펀드 수탁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수탁업무는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실물을 ‘보관’하는 업무를 지칭하며 보통 은행들이 이 역할을 맡는다. 수탁사는 펀드자산의 보관·관리, 환매대금·이익금 지급, 운용지시에 대한 감시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증권투자신탁업법은 운용사들이 고객의 돈을 받아 투자한 유가증권을 별도기관에 맡기도록 돼 있다. 즉, 수탁업무를 하는 회사가 없으면 펀드의 설정 자체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국내 수탁사는 은행 13곳 (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BNK부산·KDB산업·HSBC·한국씨티·도이치),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KB증권), 한국증권금융으로 총 20곳이다. 이 중에서 고객들과 가장 근거리에서 만나는 금융기관은 역시 은행이다.

펀드설정의 ‘고리’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수탁업무를 거부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관련 논란이 있다. 더 정확히는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 대해 지난달 초부터 검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은행들이 수탁업무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이 안정성을 추구하기 시작하자 자산운용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나마 대형 운용사들의 사정은 좀 낫지만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 설정이 아예 불가능해진 경우도 다수다. 한순간에 주요 업무를 못하게 된 이들로서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현재 상황에 대한 업계의 입장 조사를 금융투자협회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측 관계자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펀드자산 수탁거부 관련 설문조사’를 만들어 최근 배포했다”면서 “운용사들이 맞닥뜨리게 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금융당국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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