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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음산책'으로 돌아온 강운 작가 "작품 통해 치유 받길"
승인 | 김민서 기자 | kim8270@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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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9-29 12: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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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결핍과 상처있는 분들이 '마음산책'을 통해 치유 받길 바랍니다."

거친 붓터치 아래 어렴풋이 보이는 글자들, 다양한 색조들이 캔버스를 유영한다. 생채기처럼 쌓인 물감들은 '치유'라는 필연적 이유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구름의 화가'로 잘 알려진 강운 작가가 개인전 '마음산책'을 선보인다. 총 50여 점의 신작은 모두 추상화다. 이전과 전혀 다른 작업 스타일에서 관조에서 치유로 옮겨 간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 강운 작가. /사진=강운 제공

   
▲ 전시회 '마음산책'. /사진=강운 제공


1966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난 강 작가는 1990년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2019), '상처, 치유'(2019), 'Sky, Touch the air'(2017), 'Play : Pray'(2016), '물, 공기, 그리고 꿈'(2012), '순수형태 - 소만'(2005), '내일의 작가전'(1998)  등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강 작가의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를 갖지만, 전시를 통해 맺은 특별한 인연도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를 준비하게 된 배경부터 지역 기업의 후원까지 강운 작가를 통해 들어봤다. 

[이하 강운 작가 일문일답]

Q. 전시회 '마음산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A. 화가에게 그림이란 매 순간 고통과 영광의 기록이다. 젊은 날의 선택과 경제적인 궁핍에서 오는 고통, 중년의 사별과 우울증, 다시 찾아온 사랑과 이별, 점점 나약해지는 육체와 함께 찾아오는 창작의 두려움,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 세상의 가치관 속에서 이해할 것이 많아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마음산책'을 하게 된 계기는 딸아이와 우울증 이야기를 하면서부터이다.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대화를 녹음해서 듣고 타이핑 한 후, 다시 캔버스에 정리된 글을 쓰고 그 텍스트에 맞는 상징적인 색으로 지우며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모든 것을 벗어나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Q. '마음산책'은 어떤 작품들이 채우고 있나.

A. 최근 작업은 '영원한 천상의 구름으로부터 추상적이고 일시적인 지상의 삶으로 미학적 전환'의 시도였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마음 산책' 연작은 삶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대화나 독백을 타이핑한 글들을 캔버스에 옮길 때는 우선 바탕 작업부터 시작한다. 글의 내용을 상징할 만한 색깔을 선택하고 작업 당시의 감정에 따라 빠르거나 느리게 혹은 부드럽거나 거칠게 붓질을 하며 바탕을 칠한다. 그리고 덜 마른 표면을 생채기를 내듯 긁어내며 수많은 글자들을 필사한다. 이 필사의 과정에선 묵언 수행 같은 노동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성찰이 교차된다. 

이를 통해 다소 정화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감정과 글에 어울리는 색깔을 이용해 그 글의 내용을 치유하듯이 덮어버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비슷한 내용이지만 보다 정리된 글을 쓰고 또다시 색으로 지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이런 과정들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상처 같은 글자들은 점점 희미해지는 대신 물감층이 겹쳐 쌓이게 되어 마침내 색채는 보다 명료해지고 표면은 우둘투둘한 마티에르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밑바탕부터 겹쳐진 층들이 어렴풋이 보이게 된다. 이러한 작업의 본질은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과 기억들을 대화나 독백으로 끌어낸 뒤 글과 그림이라는 외부의 현실로 물질화함으로써 나의 내면을 비우고 치유하는 행위다. 

   
▲ 강운 작가. /사진=강운 제공

Q. 직접 고안한 '시스루 기법'은 어떤 기법인가. 

A.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회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여있는, 속이 비치는 직물조직의 느낌을 붓질로 표현하는 기법을 만들었다. 붓질을 덧대면 덧댈수록 규정할 수 없는 ‘마음의 공기’ 같은 상징적인 색감이 나온다. 일상의 유영하는 말들을 텍스트화시킨 후, 거기에 맞는 색을 덧입히면 글자의 형태는 점점 지워지고 마티에르만 남는다. 이런 반복 속에서 정리된 생각은 층위를 이루는 색채의 여백으로 시스루 의상처럼 밑 색의 민낯을 감지할 수 있다. 

Q.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모든 실험 작업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나를 지탱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시도는 나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한 단계씩 성장시킨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 하더라도 그 계획이 작업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작업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신체와 감정의 중요성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화업(畵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내가 원하는 지점에 다다른 것은 어떤 탁월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노력하는 것 뿐이고, 삶과 예술은 이해돼야 할 뿐이다. 

   
▲ 강운 작가. /사진=강운 제공


Q. 작품을 보는 이들이 전시회를 통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 

A. 괴테는 ‘색이 생리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 외에 감성을 가지고 도덕성을 겸비하고 언어처럼 말을 하고 대중이 알아차릴 수 있는 상징성을 내포한다’고 했다. 인식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성된다. 상징성을 내포한 추상적인 색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빛이 될 수 있다. 신작 '마음산책'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심리적 색이 여백이 되고, 내재된 글자 흔적이 단서가 되어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그림자를 사유하고 결핍을 치유할 여지를 준다. 

Q. 영무토건 박헌택 대표의 후원으로 전시를 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 

A. 1년 전쯤 부산 센텀시티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당시 부산 해운대 영무 파라드 호텔을 건립 중이던 박헌택 대표가 광주지역 작가가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장을 방문했다. 박 대표님은 작품성이 좋음에도 작품이 거의 팔리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하셨다. 이후 다시 만났을 때 1년간 저를 후원해주기로 약속하셨다. 아무런 걱정 없이 작업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래서 '마음산책'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박 대표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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