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양도계약서 등 서류 복잡하고 심사 까다로워…"제도 보완 필요"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영등포구에서 전세로 거주할 집을 찾던 20대 직장인 A씨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A씨는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하 중기청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대출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문의할 때 마다 "해당 매물은 중기청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매물은 가격이 높거나 입지가 좋지 않고, 대부분 보증금의 80%만 대출 가능했다. A씨는 이자가 낮은 중기청 대출을 포기하던지, 좋은 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시 집주인들이 중기청 대출로 보증금을 대출 받아 들어오는 세입자들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임대인에게 불리한 대출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중기청 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중에서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고 있으면 대상이 된다.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1인 가구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2억88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다. 대출금리는 연 1.2%로 시중은행의 전세 대출보다 대폭 낮게 책정됐다.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 이내, 대출 기간은 최소 2년으로 4회 연장해 최장 10년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 

중기청 대출의 담보는 한국주택금용공사(이하 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 한 곳을 선택해 취득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제공하는 중기청 대출 상품은 대출 가능한 금액과 심사 내용이 다르다. 

주금공의 중기청 대출 상품은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HUG는 보증금 100% 전액 대출이 나온다. 단, 심사내용에서 HUG의 중기청 대출 100% 상품이 집주인에게 까다롭게 작용한다. 청년 세입자가 HUG의 중기청 대출 100%을 이용하려면 집주인에게 채권양도계약서, 위임장, 동의서, 주택가격동의서 등의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이중 채권양도계약서는 HUG가 대출 상품에 대한 보증으로 나간 보증금 반환 권리를 임차인이 아닌 HUG에 옮겨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면 HUG의 채무자가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집주인들은 중기청 대출 100%를 꺼려하고 있다. 그나마 중기청 대출이 가능하다고 나온 매물도 알아보면 대부분이 주금공의 중기청 대출 80% 상품이다.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들이 중기청 대출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매물이 불법 증축한 건물의 주택이기 때문이다. 매물에 융자가 있거나 임차권등기명령 기록이 남아있어도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조건은 중기청 대출 80% 상품에도 적용된다.

서울 강서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빌라는 불법 증축을 통해 옥탑방 한 층을 더 올린 경우가 많은데 중기청 대출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증축 사실이 발각되는 경우가 있어 빌라 집주인들은 중기청 대출을 꺼려한다"며 "특히 옥탑방의 경우 전셋값 자체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에 현금으로 보증금을 지불하길 바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기청 대출에 비협조적인 집주인이 늘어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청년 세입자들이다. 중기청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일반 신용대출을 알아보거나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입지나 교통을 포기해 매물을 찾는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년들의 중기청 대출 이용을 늘리려면 중기청 대출에 협조적인 집주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거나 채권양도계약서 등 서류에 따라 공과금을 밀리거나 집을 파손한 세입자에 대한 책임을 세입자가 아닌 HUG에 물게 하는 등 집주인에게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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