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향·후속 수사가 관건…올해 정식공판 들어갈까 '미지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와 공약 수립 관여,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정식 공판에 들어가지 못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재판장)는 오는 10월 30일 5차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

정식 공판은 빨라야 내년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는 검찰의 후속 수사와 재판부 성향이 관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8개월째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준비절차만 진행되는 현 상황은 피고인 측의 시간끌기가 먹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재판부는 송 시장을 비롯해 송병기 전 부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기소된 13명에 대해 변호인단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 5월 14일 열린 울산광역시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사진 좌측)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국민의힘 4선 의원)이 다른 당선인들과 함께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울산광역시
지난달 24일 열린 4차 공판준비기일에 한 전 수석·백 전 비서관·송 시장의 변호인이 "증거 중 대부분이 피고와 관련이 없다"며 "검찰은 증거를 피고인별로 분리해 달라"고 요구하자,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 선거 캠프 구성부터 선거 전략 수립, 경쟁 후보에 대한 수사 등에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으로 피고인별로 (증거를) 나누기 어렵다"고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시간 낭비가 없도록 해달라"며 검찰이 변호인단 의견을 반영하라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각 증거의 취지를 요약정리한 별도의 설명서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필요 증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부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법조계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시간 끌기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사건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웅동학원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 씨에 대해 혐의에 따라 공범보다 같거나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에도 김 부장판사에 대해 법리적으로 짜맞추었다는 법조계 평이 나올 정도다.

또다른 변수는 검찰의 후속 수사다.

재판에 넘긴지 3개월만인 지난 4월 첫 재판절차가 시작됐지만, 검찰은 피고 13명 외에 수사상 공범으로 연루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러한 공범 수사 문제로 먼저 기소된 피고인 13명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 및 등사가 되지 않자, 재판부는 쟁점 정리와 수사기록 제공상황 중간점검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판준비기일을 두달 뒤에 잡기도 했다.

재판에 직접 참석해 공소를 유지하는 검찰이 처한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으로 사건을 맡았던 김태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이 공소를 유지하지만, 올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 칼날을 휘둘러 지방으로 전보됐다. 김 부장검사는 소위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으로 꼽힌다. 그는 대구에서 출장 형식으로 서울에 올라와 공판에 참여한다.

공판 실무를 맡았던 김성훈 서울남부지검 부부장도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가 있어 공백이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실체 규명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쏠린다. 선거개입 하명수사의 실체를 비롯해, 지시가 있었다면 누가 어느 선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고 보고 받았는지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야 할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오는 10월 30일 5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