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한시 연 700억불 해외공사 수주 빨간불, 공공사업도 부실 우려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박근혜대통령은 4대강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을 ‘사면복권’해줘야 한다. 건설사들은진정성있는 자정선언을 해야 한다. “다시는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투명입찰, 경쟁입찰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받고, 더 이상 담합의혹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4대강 입찰담합 논란에 대해 총대를 메줘야 한다. 숱한 논란을 무릅쓰고 정권내 22조원의 천문학적 공사를 밀어부친 이전대통령이 입장표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설사들이 4대강 문제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통치권차원에서 공사를 강행한 전직 원수로서 자칫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건설사들의 사면복권이 지연되면 한국의 해외공사 수주는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올해 700억달러 수주목표는 이미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 11월말현재 80%선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담합에 따른 제재이후다. 공정위가 예정대로 담합에 연루된 건설사들을 무더기 제재할 경우 중동 등 주력해외공사 입찰 참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외경쟁사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담합제재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담합 제재가 한국건설사들의 입찰을 막으려는 해외건설사들의 비방전에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들에선 국내 건설사들의 제재동향을 문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담합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내년 해외건설 누적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이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보고 있다. 플랜트및 원자력발전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형 입찰참가가 제한될 수도 있다.

해외건설수출은 전산업가운데 최대 효자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출액은 650억달러. 반도체 571억달러, 석유화학 527억달러, 자동차 486억달러, 조선 해양 371억달러 등에 비해 단연 1위다. 최대 달러박스가 공정위 담합제재 문제로 타격을 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건설사 담합 제재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디플레가 우려될 정도로 저성장 덫에 빠져있다. 건설사들은 최악의 경영난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중소및 중견건설사를 넘어 대형사마저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일부 대형사도 분기별 조단위 적자를 내는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다. 담합제재조치를 내린 공정위원장은 실무진의 법대로처분 방침에 대해 정무적 판단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경쟁법은 규범이기에 규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담합에 대해 없던 것으로 하면 곤란한 측면이 있다. 담합제재는 시장상황과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처럼 담합 제재시 무조건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획일적인 제제는 개선돼야 한다. 과징금부과는 하되, 입찰참가에 대해서는 탄력적이어야 한다.
건설사들은 공정위의 무더기 제재에 대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담합제재와 경인아라뱃길 호남고속철도 인천도시철도 등 국책사업과 관련한 담합문제로 건설사들이 올해 내야 할 과징금은 5000억~6000억원이나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건설업계엔 엄청난 부담이다.

현재 공정위로부터 담합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은 100대 건설사 중에서 무려 51개사나 된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빅5는 물론이고 상위권 건설사들이 대부분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다.

   
▲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상위 51개 건설사들이 공정위의 4대강 담합 제재로 국내 공공사업 발주 참여가 2년간 제한될 위기를 맞고 있다. 담합제재가 확정될 경우 연 700억달러이상되는 해외건설사업에서도 심각한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근혜대통령은 건설사들의 자정선언을 전제로 과징금은 내되 입찰제재는 풀어주는 사면복권을 해줄 필요가 있다. 4대강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한강이포보.

무더기 제재로 건설사들은 내년부터 2년간 국내 공공공사 입찰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입찰제한 효력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부분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제한 취소소송을 제기해 일시 정지된 상태다. 하지만 제재를 향한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입찰참가가 막히는 것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건설사들이 제기한 소송은 과징금 취소소송, 입찰참가제한조치 취소소송이다. 공공사업을 발주한 발주처도 해당건설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담함에 따른 건설사들의 과도한 제재가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공정법 개정이 시급하다. 부당경쟁에 따른 부당이익금에 대해서는 과징금은 내게 하되, 입찰참가의 문은 열어주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의 입찰이 막히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안전과 기술력이 필요한 대형공공사업등에서 안전과 품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실시공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공공사업의 경우 대형사들이 담합제재로 제외될 경우 발주처가 제시하는 입찰자격조건에서 국내 중소중견건설사가 이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외건설사들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도 있다. 이같은 국익을 해치는 담합제재는 시정돼야 한다. 정부가 내놓고 외국기업 참가 제한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대로 제재만 하면 국내기업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건설사들의 담합 딜레마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 공정위의 과징금및 입찰참가제한 등의 과도한 처벌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달러박스인 해외건설이 급감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공공사업 발주시 외국기업의 배만 불리게 하는 잘못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사면복권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사구시다. 수출효자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형 건설사들의 공공사업 참여가 막힐 경우 하도급업체의 대규모 경영난과 일자리 감소, 내수산업 위축등의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해외 국가들의 경우 자국 건설사에 대해 사면복권을 해준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건설사들의 담합과 관련해 과징금은 부과하되, 입찰참가를 허용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건설 비중이 무척 높은 한국은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공정법은 세계3위 수준으로 막강하다. 규제본능에 익숙해진 공정위 관료들이 공정법을 세계최고수준으로 만들어놓았다. 공정위 관료들의 지대추구 행위가 공정법을 선진국보다 더욱 막강하게 만들어놓은 측면이 강하다. 일본 공정당국의 존재감이 희박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민국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정부부처는 단연 공정위가 첫손에 꼽힌다. 그만큼 공정위의 규제와 제재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경영부담을 주고 있다.

건설사들이 무더기 담합제재를 받으면 국내 건설사업은 자칫 황폐화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사태이후 안전을 최우선 국정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품질과 시공능력이 우수한 상위건설사들이 배제된 채 공공사업이 일제히 추진되면 향후 부실시공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또 한번의 세월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