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통과 시 R&D 등 미래 준비 노력 차질도 우려
신산업 국내 기업 R&D 집중도 글로벌 기업의 3분의 1
전통산업 R&D도 열세…규제 완화 및 세제 지원 확대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으로 국내 기업들의 걱정이 큰 가운데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의 R&D가 글로벌 기업 대비 열세인 상황에서 경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규제 3법이 시행되면 경영권 방어 등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R&D 등 미래 성장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재계에서는 기업규제3법이 현장에 적용되면 R&D 투자 등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불필요한 소송 남발 등 경영 기반이 흔들리면 미래 준비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 중 다중대표소송제도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으로 꼽힌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자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소송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투자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기업들이 해외 자본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상법 중에는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가 독소 조항으로 지목된다.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는 막대한 전환비용이 예상되고,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경영 효율의 저하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 기반이 흔들리면 R&D에 큰 힘을 싣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기업의 R&D는 글로벌 기업에에 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및 글로벌 R&D투자액 상위 500대 기업을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6대 신산업(제약/바이오/생명과학·헬스케어·IT서비스/소프트웨어·인터넷/전자상거래·미디어/엔터테인먼트·통신서비스)의 국내 기업 R&D 집중도(R&D 투자금액 / 매출액)는 4.1%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 (12.0%)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6대 신산업 분야 모두에서 R&D 집중도가 글로벌 기업에 뒤졌다. 특히 IT서비스/소프트웨어(1.3%), 인터넷/전자상거래(1.2%) 기업의 R&D 집중도가 10% 수준인 글로벌 기업(IT서비스/소프트웨어 12.5%, 인터넷/전자상거래 11.6%)과 큰 격차를 보였다.

국내 신산업 R&D 투자는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에도 크게 뒤지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전체 R&D투자에서 6대 신산업 R&D 비중은 8.0% 수준이다. 이에 비해 글로벌 500대 기업의 신산업 R&D투자 비중은 전체의 41.0%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등 IT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신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규제 완화 및 세제 지원 확대 등 기업의 R&D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미래의 주요 먹거리가 될 신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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