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 투수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최지만에게 또 홈런을 두들겨 맞더니, 그 다음 타석에서는 고의4구로 내보내며 승부를 회피했다.

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탬파베이 레이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게릿 콜은 양키스 에이스로 1차전 선발을 책임졌다. 6이닝 3실점으로 이름값에 비해 다소 미흡하긴 했지만 콜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양키스의 9-3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최지만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정규시즌에서도 4번타자로 종종 출전한 최지만이지만 시즌 막바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가 회복한 상태여서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지만이 중요한 1차전의 4번타자 중책을 맡은 것은 상대 선발투수가 콜이기 때문이었다.

   
▲ 사진=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 SNS


최지만은 콜의 '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콜을 상대로 통산 12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8안타 가운데 홈런이 3개, 2루타가 3개로 6개가 장타였다. 올 시즌 최지만은 3개의 홈런에 그쳤는데 그 가운데 2개를 콜로부터 뽑아냈다. 최지만은 콜만 만나면 펄펄 날았고, 콜은 최지만만 타석에 들어서면 벌벌 떨었다.

이런 천적 관계는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최지만은 1회말 첫 타석에서는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나 콜을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탬파베이가 1-2로 뒤지던 4회말, 무사 1루에서 두번째 타석에 들어서 콜을 역전 투런홈런으로 두들겼다. 3-2로 뒤집는 역전 투런포였다. 콜이 최지만에게 또 당한 것이다.

콜과 최지만은 5회말 다시 한 번 마운드와 타석에서 마주했다. 양키스가 5회초 솔로홈런 두 방으로 4-3으로 재역전한 가운데 탬파베이는 5회말 2사 1, 3루의 기회를 엮어냈다. 위기에 몰린 콜은 최지만을 의식한 듯 크게 빠지는 볼 2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양키스 덕아웃에서 코칭스태프가 급히 나와 마운드를 방문, 콜과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콜은 최지만을 곧바로 고의4구로 걸려 보냈다. 만루를 자청하더라도 최지만과의 승부는 피하고 본 것. 결국 콜은 다음 타자 마뉴엘 마고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콜이 최지만을 고의4구로 내보내는 '굴욕'적인 선택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최지만의 올 시즌 연봉은 85만 달러, 약 10억원이다. 게릿 콜은 지난 시즌 후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고액인 9년 3억2천400만 달러(약 3천790억원)에 양키스와 FA 계약을 했다. 평균연봉이 3천600만 달러(약 420억원)에 이른다. 최지만이 자신보다 약 42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 콜을 포스트시즌에서도 울리며 둘의 묘한 '천적' 관계는 계속됐다.

콜은 6회까지 던지고 물러났다. 최지만은 8회말 선두타자로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서 양키스 3번째 투수 잭 브리튼을 상대해 2루수 땅볼 아웃됐다.

경기는 4-3으로 앞서가던 양키스가 9회초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만루홈런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아 9-3으로 승리했다. 콜은 승리투수가 됐고, 최지만은 '콜 천적' 명성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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