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4억원 돌파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연이어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12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최초로 4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중위가격은 전달인 8월과 비교해 10% 넘게 상승했다. 통계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역대 최고 상슝를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1349만원이다. 8월 중위가격은 3억7325만원이었다. 불과 한 달 새 4024만원, 10.8%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이 최근 줄곧 1%가 채 되지 않는 변동률을 보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이라는 평가다. 9월 들어 ‘역대 최고 가격’과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운 것이다.

중위가격은 아파트를 매매가격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아파트 가격이다. 평균가격과는 다르다. 평균의 경우 특정 가격대의 주택 표본이 몰려 있으면 가격이 왜곡될 수 있어 실제 중간 아파트의 가격 수준을 보기 위한 지표로 중위가격이 활용된다. 이를테면 서울 강남 고가주택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다른 지역 주택 가격은 그대로라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중위가격은 실제 중간 수준의 아파트 시세가 올라야 바뀔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들어 아파트 중위가격이 전례없는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에 서울 강북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한몫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표상으로도 9월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10%대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서울 강북권이 유일했다. 서울의 6억원대 이하 중저가아파트 거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도 견인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수도권 서민 실수요층의 불안함이 녹아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6월부터 서울 외곽 아파트까지 가격이 급격히 치솟자 아파트를 매수하고자 하는 수요가 서울 강북은 물론 경기도 바깥 비규제지역까지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대란’도 이들의 매수 의지에 한몫하고 있다. 몇 개월 만에 전셋값이 수천만원은 물론 억 단위로 급등하자 기존 세입자들이 “비싼 값에 전세를 얻느니 차라리 내 집을 마련하자”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 아파트의 9월 중위가격은 처음으로 7억원대를 넘어 7억566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위가격이 6억6609만원이었지만 한 달 만에 1억원 가까이 뛰며 13.6%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이 속한 강남권 아파트 중위가격이 8월 11억5277만원에서 9월 10억7667만원으로 6.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은 경기로, 해당 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275만원에서 4억1345만원으로 오르며 2.65%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고강도 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내 집 마련의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가 여전히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는 서울 강북지역을 넘어 경기도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극동’ 전용 84㎡는 지난달 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6월의 직전 거래(3억1000만원)와 비교할 때 1억원 이상 오른 값이다. 고양 덕양구 ‘소만6단지성원’ 전용 49㎡ 또한 지난달 2억680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시세 대비 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수용성’도 중저가 단지들을 중심으로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수원 영통구 ‘청명마을주공’ 전용 59㎡는 지난달 4억8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7월 3억6500만원 수준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7·10대책 발표 이후 11.7%가량 올랐다. 수원 권선구 ‘권선대우’ 전용 75㎡는 3억7000만원에 팔려 2개월 만에 5000만원 뛰었으며 성남 중원구 ‘현대’ 전용 62㎡ 또한 지난달 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올 초 거래(3억98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상승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비교적 규제를 덜 받는 지역으로 매수심리가 쏠리 영향이 크다"며 "공급절벽과 전세난이 본격화되면서 높게 뛴 전셋집보다 비교적 비슷한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분기 공급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어느정도 안정화될 수는 있지만, 전세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매매시장까지 부추겨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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