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예정 투자·상생협력촉진세 연장 법안…"성장 사다리 무너질 것"
정부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를 2022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나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생존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에도 결정타가 될 판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와 목을 옥죄는 정책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경제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며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회생불능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읍소와 경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우이독경이다. 친노동 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스스로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다. 기업규제 3법에 이어 다중대표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기업규제 법안에만 골몰하고 있다. 공장 노동시대의 노동법, 벌써 박물관에나 들어갔어야 할 법들은 손을 보기는커녕 도리어 힘을 얻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8월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서 최대주주·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60% 이상인 회사가 당기순이익 50%나 자기자본 10%를 웃도는 유보소득이 있을 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소득세 부담을 피하려 무늬만 법인인 기업을 만들어 낮은 법인세 혜택을 보며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는 일부 개인회사의 일탈을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 일탈을 이유로 기업 전반에 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대부분의 건전 경영기업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길 우려가 높다. 

   
▲ 정부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를 2022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생존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에도 결정타가 될 판이다./사진=청와대

정부의 시각은 노조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는다거나 근로자들이 사내유보금을 풀어 나눠 달라는 것이나 한 통속이다. 결국 정부는 세금으로, 노조는 툭하면 태업과 파업으로 빼 간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무지라고 탓하기에는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몰아 붙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는 기업을 생존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국민소득은 감소하고 소비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청년취업은 막히고 실업률은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은 기약없는 빙하기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살고 소비도 늘고 소득도 오른다. 살얼음판 환경에도 정부와 여당은 새 규제를 쏟아내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 무분별하게 퍼준 대책 없는 재정관리의 후폭풍을 국민 호주머니와 기업 곳간을 털어 막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사내유보금을 현금으로 보는 건 착각이다. 유보금은 영업을 통해 번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로 생긴 자본잉여금까지 합한 유·무형 자산을 말한다. 중소기업은 현금성 자산이 매출액 대비 21.4%에 불과하다. 신사업이나 연구개발(R&D)·설비투자 등 미래 투자에 쓸 돈인데 마구잡이로 과세하다간 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에서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세후 재투자 자본'이라는 대체용어를 제안한 바 있다. 덧붙이자면 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여유 재원으로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세금을 이미 납부한 후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유보하여 기업의 재투자 원천이 되는 자본이다. 해서 여기에 과세한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 경영 전략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세제를 '개인사업자와 유사한 법인의 유보를 통한 소득세 회피 등 방지'를 위해서라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모든 기업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편협된 발상의 연장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보소득'은 주주가 배당을 통해 법인으로부터 돈을 빼가지 않고 재투자하는 '착한 돈'이라는 측면은 애써 외면한 것이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현행 법인세 세율이 소득세 세율보다 낮아서, 법인이 배당하지 않고 법인 내에 쌓아둔다는 것이다. 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세금 납부를 유보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높기로 악명이 나 있다. 결국 세계 최고급인 법인세보다도 더 걷어내겠다는 속내다. 기업인은 죄인인 동시에 봉인 셈이다. 

연간 8000억원 이상 세금을 물렸던, 올해 말 자동폐기 예정이었던 법안을 정부가 2년 더 연장하겠다는 속셈은 이해 불가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시점이다. 당근도 모자랄 판에 가시 돋은 채찍만 휘두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안 연장에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계와 경제단체들도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애초 투자·고용으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성과 없는 것으로 결판났다. 시효 끝이다. 예정대로 일몰시켜야 한다. 투자·고용 등으로 흘러가게 시장에 맞겨야 한다. 그게 순리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