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다탄두 분석 엇갈려…남 겨냥 신종무기 4종 세트 위협적
미 CSIS 부국장 “신종 유도무기 4종 세트 한국 군 기지 공격용”
김동엽 “신형 대함‧대공 미사일 다수 공개, 킬체인 방어에 주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역대급으로 평가받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포함됐으며, 다탄두 탑재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12일 미국의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새 ICBM을 “매우 큰 미사일”로 평가하면서 “화성-15형 엔진 몇 개를 묶은 ‘클러스터’ 방식 엔진을 장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공개한 4기의 ICBM에 각각 3개의 탄두가 탑재되면 모두 12개의 탄두로 공격을 하게 된다는 의미로 알래스카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제압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미사일 직경이 2.5m라면 화성-15형 미사일 재진입체를 3개 탑재할 수 있고, 직경을 최대 3m로 잡는다면 재진입체를 5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이런 방식으로 탄두 수를 늘리는 것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확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면서 북한의 신형 ICBM이 향후 미국 미사일 방어망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 북한에서 10일 개최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마지막 순서에서 신형 ICBM이 공개됐다. 신형 ICBM은 기존 화성-15형이 실렸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9축(18바퀴) 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 TEL에 실려 등장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반면, 북한이 다탄두 ICBM 개발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기엔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는 너무 고급 기술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다탄두 기술에는 발사된 복수의 핵탄두가 모두 같은 궤도를 그리며 날다가 동일 목표물에 떨어지는 다소 조악한 형태와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에 의해 동시에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는 진전된 형태가 있다”면서 “전자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후자는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보유한 기술로 북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윌리엄스 부국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KN-25, 즉 600㎜급 초대형 방사포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무기는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북한이 지난 3년간 비핵화 협상 기간 동안 시험발사 등을 통해 집중 개발한 신종 유도무기 4종 세트이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차륜형과 무한궤도 차량 등 다른 발사 장치를 활용해 다양한 도로 환경에 적응하며 침입에 더욱 용이하도록 진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역량은 한국 내 깊숙한 목표물까지 정확히 타격할 수 있게 한다. 군 기지들을 공격할 때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매우 뒤떨어진 레이더 역량을 고려할 때 북한이 새 레이더 시스템과 러시아제 미사일(TOR)을 탑재한 지대공미사일을 선보인 것도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 북한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신형 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를 공개했다. 사진은 5종의 방사포(다연장포) 중 초대형방사포(400mm급 추정)이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번에 북한이 선보인 새 ICBM의 경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따라서 ‘화성-16’ 정도로 명명될 수 있다. SLBM은 북한이 미사일 동체에 ‘북극성-4’라고 이름 붙인 만큼 고체 연료로 동체 길이가 길어져 사거리 향상이 관측된다. 이와 함께 신종 유도무기 4종 세트는 고체연료 미사일로 발사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사전 탐지나 요격이 힘들어졌다. 

북한은 이번에 직경 550~600㎜로 보이는 4‧5‧6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선보였으며, 특히 5연장 방사포는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는 포병 전력만으로도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고체연료 로켓으로 신속성‧기동성이 향상된 KN-23,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를 섞어서 쏠 경우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MD)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정도로 위협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신형 대함‧대공 미사일 다수를 공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공 레이더가 포함된 신형 저고도 대공체계에 이어 러시아의 S-300/400과 유사한 3종의 대공 미사일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6.25전쟁 이후 공습에 대한 공포감과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우리의 F-35 도입 등 킬체인 구축에 위협을 느끼고 대공 방어에 우선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군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무기들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신형 ICBM이 다탄두 탑재형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외형적인 영상만 공개된 부분인데 추가적인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처음 공개된 무기도 있는데 영상뿐 아니라 여러 가지 출처를 통해 북한 신무기들에 대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