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법무장관이 정면으로 위배" 비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녀 특혜 의혹 관련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해 논란을 낳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 도중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 전 의원 수사에 관해 질문하자 "(압수수색 영장 기각) 이후 서울대학교병원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해서 발부됐고 9월 29일 압수수색을 했다"고 답변했다.

또 "성신여자대학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 의원이 압수수색 여부를 질의하지 않았는데도 압수수색 사실을 공개하고 향후 수사 계획까지 노출한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서울대병원과 SOK를 압수수색한 것은 추 장관 발언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 장관은 국감 도중 야당 의원들로부터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현 정부나 여당에 유리한 수사상황만 공개해 "선택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감 중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나 옵티머스 펀드사기 의혹에 관한 질의에는 "검찰 수사 중"이라며 함구한 탓이다.

추 장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추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내용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법으로 금지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이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추 장관 본인도 지난 2월 야당 의원들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해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날짜를 공개하고 향후 수사 계획도 밝히는 것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려면 형사 공보준칙에 따라 수사심의위에서 공개 여부를 심의받아야 한다"며 "추 장관이 이를 따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법무부 장관이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사실 공표 금지라는 카드를 들고 필요할 때마다 선별적으로 사용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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