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되면 동맹 압박 구체화 체계적인 실행으로 부담 커질 것”
“쿼드도 몸 사리는 판국…안보‧경제 대안없이 서둘러 깃발 꽂을 필요없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10월 초 연쇄 방한을 결정했다가 똑같이 취소한 것은 앞으로 극심해질 미중 갈등의 전주곡에 해당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도쿄에서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한국행을 결심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태로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 일정을 취소했고, 왕이 부장 역시 한국은 물론 일본 방문도 연기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외교 일정을 전격 취소하는 흔히 볼 수 없는 행위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 정책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미국의 ‘반 중국 전선’ 압박은 지난 ‘사드 배치’ 때처럼 점차 노골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이미 ‘쿼드 플러스’(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 포함)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특히 "오는 11월3일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반중 전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예고됐을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쿼드 플러스’를 직접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방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나눈 대화를 구체화하려는 일정으로 보였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왕이 부장이 동시에 방한을 취소하면서 당장 외교적 부담을 덜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 미국의 반중 전선 고착화 시도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현재 미중 갈등은 ‘제2의 냉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대선 게임을 넘어서서 체제 경쟁, 생존을 위한 패권 싸움으로 전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공산당 체제’로 부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산당 총서기’로 부르는 것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행보가 훨씬 체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미중 간에 대만 문제 만큼은 안 건드린다는 ‘전략적 묵계’가 있었지만 이마저 선을 넘고 있다”며 “중국도 대만 문제에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핵심이익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실 중국이 2010년 공세적인 외교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국과 글로벌 이슈로 경쟁할 수 없으니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미국과 경쟁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이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겼으면서 경제면에서 중국과 격차가 줄어들었고, 특히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1949년 건국 이후부터 100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의 현대화, 초강국 달성을 국가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은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이런 계획을 구체화했는데 당시 2035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고, 2049년까지 제조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사회주의 현대화를 국가 목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중국은 한번도 글로벌 전략을 추진한 적이 없었지만 시진핑 주석 이후 세계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외교적‧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말하는 강대국이란 의미에는 동아시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대륙국가로 머물지 않고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해륙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 역시 오마바 행정부의 ‘아시아 리밸런싱’ 전략까지는 협력 기조를 깔고 있었고, 여기에는 중국과 전면적 갈등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이상 기존 전략으로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세력들이 주류로 등장했다. 심지어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펴낸 보고서에 ‘2045년 종합 국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판단까지 나왔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 강경파들은 중국 억제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국가안보전략보고서 통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즉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풍요롭지 않고, 경제 성장도 약화되면서 일어난 인종주의, 민족주의, 보수주의, 폐쇄주의로 흐르는 일명 ‘트럼프 현상’이 결합한 결과로 새로운 대중정책이 대세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 정책연구소 소장)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런 대중정책이 기조를 이어왔지만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탓에 일부 정치 쇼로 비춰진 측면도 있었지만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더욱 강력한 반중 정책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과 대화 파트너였던 탓에 쌓인 친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중국에 부정적으로 나타난 현상, 숨어 있던 중국에 대한 반감이 민심의 향배로 드러난 것을 바이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반중 전선 확대를 위해 관료는 물론 싱크탱크와 전략가들을 움직일 것”이라면서 “또 바이든은 동맹과 파트너를 움직일 것이고, 이는 우리를 향한 압박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앞으로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중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최대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앞장서서 서둘러 깃발을 꽂을 필요는 없다”는 말로 우리 외교의 나아갈 길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 외교의 기본이자 문건으로도합의된 원칙인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를 근본으로 삼으면 된다”면서 “사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나라를 선택하는 국가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회의가 공동성명 없이 끝난 것이 방증이 된다. 김 교수는 “일본마저도 미일동맹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처럼 중국이나 미국 모두 한국을 린치핀으로 여기고 있을 때, 전략적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미국과 중국에 각각 안보와 경제면에서 국익을 챙길 수 있는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외교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보이지만 그런 만큼 전략적 기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 머지않아 미중 간 어느 한쪽이 우세를 점하게 될 땐 무차별적인 강한 압박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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