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5강에 들어 가을야구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한데, 5강권 추격은 쉽지 않다. KIA와 롯데는 계속 '5강 추격자'로서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저 새로운 '고춧가루부대'의 역할에 그칠 것인가.

13일(화) 열린 경기에서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했다. KIA는 창원 원정경기에서 NC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11-9로 이겼다. 롯데는 LG와 사직 홈경기에서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해 17-2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결과 KIA(67승 62패)와 롯데(66승 62패 1무)는 0.5게임 차로 6위와 7위를 유지했다.

사실 두 팀의 6, 7위 다툼은 별로 의미가 없다. 공통 관심사는 5강 추격이다. 이날 나란히 승리했지만 현재 승차 없이 4-5위에 랭크돼 있는 두산, 키움과 KIA는 4.5게임 차다. 롯데는 5게임 차로 뒤져 있다.

   
▲ 사진=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똑 같이 129경기를 치른 KIA와 롯데는 15경기씩 남겨두고 있다. 현재 승차를 따라잡아 5강에 진입하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그렇다고 희망을 접을 단계도 아직 아니다. 연승 바람을 타거나 조금씩 승차를 따라잡다 보면 극적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

팀 사정이나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KIA는 외국인 에이스 브룩스가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미국으로 돌아가 전력에서 빠졌고, 불펜의 한 축이었던 전상현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운드 곳곳에 구멍이 생겼고 특히 불펜이 너무 허약해졌다. 타선도 기복이 심한 편이어서 연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롯데도 타선은 짜임새가 많이 좋아졌지만 뒷심이 딸리는 편이다. 스트레일리와 샘슨에 신예 이승헌이 가세한 선발진은 괜찮은 편이지만 불펜은 많이 지쳐 팽팽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허문회 감독과 프런트의 갈등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KIA와 롯데를 바라보는 상위권 팀들의 생각은 좀 다를 수 있다. 아직은 승차가 벌어져 있기에, 두 팀을 고춧가루 부대로 여길 수 있다. 상위권 팀으로서는 두 팀과 맞대결했을 때 오히려 승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현재 9, 10위로 바닥권에 있는 SK와 한화가 뿌려대는 매운 고춧가루에 당한 상위권 팀들이 많다. 2~5위가 불과 2게임 차로 촘촘이 늘어서 있는 상황에서 SK, 한화에 당하는 패배는 매우 맵고 아프다.

만약 KIA와 롯데가 가을야구와 더 멀어지면 팀 전력상 더욱 강력한 고춧가루 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경기 결과 1위팀 NC가 KIA에 패해 6연패에 빠지며 우승으로 향하는 길이 험난해졌고, LG는 롯데에 패함으로써 2위에서 3위로 순위가 하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KIA와 롯데가 '5강 추격자'로 남을 것인지, 본의 아니에 '고춧가루부대'가 될 것인지는 이번주 6연전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KIA와 롯데는 NC, LG와 교차로 만나 6연전을 벌인다. 선두권 강팀들과 연전에서 선전하며 이번주가 끝났을 때 5위권과 승차를 좁혀놓는다면, 남은 10경기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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