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창 서울시 공공개발단장 "예산·구체적 계획 없지만 부지 선매입 희망"
서울시 "경영난 빠진 대한항공 지원 차원서 도건위 심의 등 신속 추진" 주장
유 의원 "이해당사자 간 합의는 상식…법적 분쟁 가능성 커 시, 접근 신중" 주문
   
▲ 더불어민주당 수석부의장 유동수 의원./사진=유동수 의원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현직 여당 국회의원이 서울시의 무리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부의장 유동수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난에 빠져)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송현동 부지를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조급한 상황을 이용해 서울시가 무리하게 공원화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2만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인 1만1000~1만2000여명이 휴직 중에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내식 사업부·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부 등 캐시 카우까지 매각을 의결한 상황인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올해 2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광화문 옆 종로구 송현동 소재 호텔 부지를 시장에 내놔 공개 입찰을 결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5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도건위도 조속한 시일 내 공원화를 결정하고 매입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이와 같은 공원화 움직임에 송현동 부지 입찰에 참여의사를 보였던 15개 기업들은 모두 매입 의사를 철회했다.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기업고충민원을 접수해 서울시의 공원지정 관련 행정절차와 공개경쟁입찰 매각 방해 행위 중지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권익위 조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지난 7일 제14차 도건위를 개최해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결정하는 내용을 담은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현재 세부 계획과 재원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나 '선 공원 지정 후 매입재원 확보·시설계획 공론화'를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 보도자료와 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6월 18일의 제13차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이성창 서울시 공공개발단장은 "매입예산 확보와 구체적 도시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공적으로 소유하고 이후에 고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건위 심의 등 관련절차를 신속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유 의원은 "(현행법상)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사유재산의 강제수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이는 원 소유주가 소위 '알박기' 등 악의적으로 공익사업을 방해할 때 적용해야 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중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한 것은 사실상 대한항공과 권익위원회 모두를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향후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조정·합의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서울시 당국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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