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 늦어도 20일 발표…국감서 "이렇게 저항 심한 감사 처음"
지난해 10월 국회가 감사원에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기술적·법률적 타당성을 의뢰한 지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빠르면 월요일(19일), 늦어도 20일(화요일)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취임 직후인 2017년 10월 신규원전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경제성 문제를 들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월성원전 1호기는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이 영구 정지됐다.

월성원전 1호기는 202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7000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강해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하지만 한수원이 조기폐쇄를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경제성을 낮게 평가해 멀쩡한 원전에 사망 판정을 내렸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월성 1호기에 대한 한수원 이사회가 근거로 삼았다는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는 문제투성로 드러났다. 국내 23개 원전의 역대 평균 이용률이 89%인데도 월성 1호기의 향후 이용률만 60%로 터무니없이 낮게 잡았다. 원자력 전기의 판매 단가는 2017년 MWh당 6만760원이었는데 2022년에 4만8780원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가정했다. 

문제는 그렇게 했는데도 '계속 가동'이 경제성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죽이기'가 시작됐다. 한수원은 이 경제성 보고서를 숨겼다. 국회에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에는 거의 모든 숫자가 덧칠돼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향후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인 54.4%를 넘기기 어렵다고 왜곡해 영구 정지 의결을 유도한 의혹을 불렀다.

그 '판도라' 상자가 며칠 후면 열린다. 탈원전에 대한 맹신이 부른 정권 코드 맞추기였는지, 경제성에 대한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감사원의 결과가 나온다. 수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원전을 왜 막아 세웠는지 그 과정이 정의롭고 공정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월성웑너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결과가 빠르면 월요일(19일), 늦어도 20일(화요일)엔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렇게 심한 감사저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피감사자들의 허위진술, 말 바꾸기, 증거인멸 등 전방위적 감사 방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월성 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회가 감사를 청구한 사건 중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심한 감사저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피감사자들의 허위진술, 말 바꾸기, 증거인멸 등 전방위적 감사 방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애초 청와대와 여권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임명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몸소 보여줄 적임자라며 추켜세웠다. 캐도 캐도 미담만 나온다고 치켜세웠다. 그랬던 청와대와 여당의 눈길이 싸늘하게 식은 것은 월성 원전 1호기를 감사를 놓고 최 감사원장이 원칙대로를 천명하면서다.

월성 1호기에 대한 소신 감사와 청와대 낙하산 인사 반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을 맡으면서 편법으로 매월 수백만원씩 챙긴 친문 인사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이어지자 표변했다. 청와대와 여권 전체가 나서 "나가라, 차라리 나가서 정치나 해라" 등의 협박과 막말로 최 원장 흔들기에 나섰다.

최 원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감사원 직원들에게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최 원장은 국감장에서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말도 안 했다. 사실을 감추고 허위 자료를 냈다"고 했다. 감사 과장에서 "이건 이런데 너 그때는 왜 그렇게 말했어"라고 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고 했다.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이 대체 어쨌길래 공무원들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에 나섰을까.

숱한 의혹과 논란 속에 역대 최장 감사였던 만큼 이번 감사 결과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경제성에 대한 타당성 판단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증거인멸, 말 바꾸기, 감사방해 등에 대한 전방위적 결과 보고서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처분도 뒤따라야 한다.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풀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감사의 결과를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국민들 앞에 명명백백하게 알려야 한다. 월성 원전 1호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원자력을 왜 죽이려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강한 원전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 혹여 정치적 이념이나 목적에 휘둘려서가 아닌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감사원의 책무는 법과 제도에 따라 국민의 입장에서 정의와 공정의 훼손을 감찰하는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떠나 감사원은 외압이나 정치권에 맞서 성역 없는 감사로 정의를 세워야 한다. 탈원전은 '판도라' 영화가 부른 영화 같은 현실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진짜 '판도라' 상자를 열어 공정과 정의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