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자회사 직원 등, 시민참여단 참가…반대의견 배제"
"탈핵 시민단체, 대화 테이블 동참 거부…공론화 필수 아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경북 경주에서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7기 증설이 이뤄지는 가운데 공론화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론화 과정에 대한 진실규명과 '제대로된' 공론화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월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기는 2022년 3월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맥스터 증설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진행했다. 실제로 월성 원전 지역실행기구가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4%의 찬성률을 기록했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8월31일 첫 삽을 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시민참여단 선정과정 및 숙의토론과정에서 찬성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조작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산업부와 재검토위가 경주지역 공론화 의견수렴과정에서 불거진 조작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참여단 모집단 구성에서 한수원 자회사 직원 등 특수관계인이 대거 참가했다거나, 참여단 모집과정에서 조사 대행사가 아닌 한수원 점퍼를 입은 사람이 모집에 관여하고, 반대의견의 시민들은 모집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등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만한 정황에 대한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산업부는 다시 시작한 공론화에서도 월성 원전 가동중지만을 피하기 위해 공론조사의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며 무리하게 추진, 공론화의 의의와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면서 "대통령을 믿고 공론화 테이블에 돌아온 시민들을 다시 저버렸다"고 호소했다.

   
▲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모습./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운영본부


이에 대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처분장을 구하지 못하면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왔고, 2013년부터 20개월에 걸쳐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당시 탈원전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론화를 다시 했으나, 이들은 초청을 해도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반론을 폈다.

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가 오랜기간 보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500년이 지나면 방사선량이 굉장히 낮음에도 이를 호도하고 있다"면서 "처분장 건설을 막는 것 자체가 목표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국내에는 화강암반이 많고 땅 속 깊은 곳에 설비를 조성할 능력을 갖추는 등 기술적 문제는 크지 않으나, 사회적 이슈 때문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원자력계가 정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은 강력한 방호벽을 갖춘 가압경수로형으로, 미국 쓰리마일섬 사고 당시 수소폭발도 있었으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수준의 방사능 누출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같은과 윤종일 교수는 "맥스터 증설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월성 2~4호기가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과학에 근거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탈핵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공론화 논의에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윤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자력에 위험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마음껏 사용해온 우리 모두에게 날아온 청구서'라는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은 원전 사후 처리비용에 포함된 것으로, 원자력 발전단가 및 전기요금에 들어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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