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빈번 접촉 뒤 “올림픽 새 협상 기회…종전선언 논의 가능”
미 행정부 교체 가능성에도 빠른 비핵화 협상 재개 의지 강조
북의 미 대선 이후 무력도발 잠재우고 남북협력사업 속도 목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11월 3일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 외교당국간 접촉이 빈번하다. 최근 방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초청으로 11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을 찾기로 했다.

특히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워싱턴 만남 직후 미국측은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며, 내년 도쿄올림픽이 새 협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교착 국면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시점과 협상 의제가 제기돼 주목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올림픽 전후나 도중에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고,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 제안은 협상 테이블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곧바로 북미대화 재개를 시사한 것으로 서 실장이 13~16일 방미 기간에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비핵화 협상 재개 구상을 밝힌 결과로 보인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동력이 됐을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에서 화상을 열린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남북을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창설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수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전선언의 실현 가능성은 물론 비핵화의 해법에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25일 남북 정상이 8일과 12일 각각 주고받은 친서 전문을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통해 종전선언 추진 배경을 간접적으로 과시했다. 

   
▲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청와대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 이어 다음달 8일 화상으로 개최된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고, 그 목적지를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재차 의지를 다졌다. 즉 청와대는 그동안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북미협상 재개 시 곧바로 종전선언과 비핵화 진전 합의 추진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를 감안한 것으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2기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대북정책의 결실을 빨리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단 종전선언으로 북한의 핵동결을 이끌어내고 도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한과 접촉면을 늘려가면서 비핵화협상을 진전시키고 남북협력사업까지 만들어낸다는 구상을 생각할 수 있다.
  
서훈 실장은 워싱턴 방문 일정을 마치면서 기자들 앞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와 결합 정도의 문제”라며 “늘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이고, 한미 간 다른 생각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비핵화 없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구상은 만약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자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무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반대해온 민주당으로선 북한 문제를 재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바이든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한과의 대화에서 바텀업 방식을 선호한다. 바이든 후보자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려고 하더라도 협상팀이 꾸려지기까지 6개월~1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행정부 교체 가능성을 목전에 두고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만들 복안을 제시함으로써 미국이나 북한의 시선을 끌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미 대선 이후 으레 무력 도발에 나섰던 북한의 대화 방식을 바꿔보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남북협력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기대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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