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내 중진 중심 반발에도 “관심 없다, 내 할 일만”
당 중진 "김종인 중심으로 더욱 협력할 것, 힘을 응집해야”
김종인 외에는 마땅한 카드 없는 현실론 마주한 국민의힘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불만에도 ‘마이웨이’를 선언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중진의원들도 일단은 “협력하겠다”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김종인 호’의 항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4·15 총선 참패 이후 당을 맡은 김 위원장은 출범 초기부터 각종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고 당명·정강 정책까지 바꾸는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장외투쟁 및 아스팔트 세력과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지만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지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차기 대권을 앞두고 뚜렷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당내의 반발에 직면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1일 인물난과 대여 투쟁력 약화를 구실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일부 중진들의 움직임에 “관심 없다.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비대위 티타임에서도 “재보선 전에 이명박·박근혜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 “보수를 살린다는 말도 쓰지 말아라” 등 취임 초기 발언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당장의 위기 모면을 위해 노선을 수정하기보다는 소신대로 당을 위기에서 수습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당 중진들도 일단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여권발로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비대위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흘러나오면 내부 분열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재·보궐 선거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일부에서 당 지도부에 아쉬운 말씀도 하시지만 103명 소속 의원 중 절대다수는 지금의 비상체제 지도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힘을 실었다고 전해진다.

김예령 대변인도 "결론부터 말한다. 당내 균열 등 갈등설, 불화설과 관련해서 당 중진의원들은 앞으로 김 위원장 중심으로 더욱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내년 4월 재보궐 등 엄중한 상황을 앞두고 당은 앞으로 더 힘을 응집하겠다”고 전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한 식당에서 박관용 상임고문 의장을 비롯한 상임고문단과 회의를 갖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김 위원장의 ‘마이웨이’와 중진들의 ‘협력 선언’에는 결국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나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내 분열만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내년 4월 재보궐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새 지도부가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원내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거짓말”이라면서 “다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게 깔려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