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은 금융권의 해묵은 논란거리다. '관치'가 금융권의 시한폭탄과 같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때마다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는 금융권을 덮쳤다. 그럴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관치금융에 뭇매를 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관치의 이름으로 낙하산을 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서금회의 등장에 관치 논란이 재점화됐다.

   
 

서금회는 말 그대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금회는 조직도 없고 정관도 없다. 지난 2007년 당시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친목모임으로 출발했다. 현재 금융권 인사 가운데 서금회  출신은 손에 꼽히지만 이제는 서강대 출신까지 싸잡아 낙하산으로 몰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졌다. 무성한 하마평과 '카더라'식 풍문들이 금융권을 덮쳤다. 특히 '내정설'이 뒤흔들었다. 이같은 내정설은 전국은행연합회장 인선과정에 강타하더니 우리은행으로까지 퍼졌다.

이광구 부행장(경영 76)의 '내정설'이 관치금융의 도화선이 됐다. 윗선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론은 MB 낙하산이 가고 '서금회'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관치금융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는 맹비난으로 이어갔다.

 MB시절 낙하산 인사의 위력은 대단했다. 학연, 지연 등으로 점철된 낙하산 인사는 금융권 4대천왕을 탄생시켰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고려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고려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고려대), 강만수 KDB산은 회장(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밖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하나로저축은행장, 이휴원 신한금융사장 등은 동지상고 동문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은 안택수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도 MB측근 금융권 주요 현직 인사다. 금융권 뿐만 아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공기관장의 32%를 임기 중 교체했다. 

서금회 출신의 약진이 금융권을 관치로 뒤덮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다.

서금회(서강대 금융인모임) 출신을 보자. 최근 장기간 공석이던 KDB대우증권 신임사장에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정치외교 82)이 내정자 자리를 꿰차면서 서금회의 등장을 예고했다.  서금회 멤버와 서강대 출신까지 포함하면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경영 76, 서금회 회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KDB산은 회장 등이다.

MB시절 낙하산 인사 수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미미하다. 대통령 배출학교라는 이유만으로 능력 검증없이 뭇매를 때리는 마녀사냥식 난도질은 지나친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서강대 출신 인사는 "서강 동문은 대통령 배출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우대를 받은게 없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나 이전에도 정계나 관계, 산업계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할 뿐"이라며 "오히려 대통령이 서강 출신이라는 이유로 타 대학 동문에 비해 각 분야 진출에 제약을 받아왔다"며 역차별을 아쉬워했다.

관치논란에는 기득권층의 딴죽에서 비롯됐다는 근거없는 소문도 있다. 특히 SKY를 중심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대부분 서강출신 고위직 동문이 그러하듯 개인의 능력과는 전혀 무관한 평가받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단지 이들이 서강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론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면 금융권을 포함한 우리 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생기는 까닭이다.

관치는 "관(官)을 다스린다(治)"라는 뜻이다. 정부가 재량적 정치 운용을 통해서 민간 금융기관에 참여해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다. 분명 관치에는 소신과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창조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창조금융이다. 금융권 수장들의 의지와 소신따라 경제혁신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하지 않았던가. 좋은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또한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관치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서금회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면 이들의 소신과 철학을 묻고 이들의 능력을 객관적인 평가를 해 책임경영이 가능한 인물인지 가려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도 금융권도 관치금융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내정설' 같은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있고 이해타당한 인사정책을 펼쳐야 한다.

미움이 많은 나라는 단합을 할 수 없다. 생각이 다르다고 질투와 시기로 역량을 소모할 동안 국민들은 경제 한파에 떨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경제를, 금융산업을 이끌수 있도록 서로의 미움을 없애고 힘을 합쳐 국민행복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제 서금회의 융단폭격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