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공급 부족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 20년 만에 최대 수치
서울의 경우 평균 전셋값이 두달 사이 3756만원이나 뛰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이 전세대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2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전세난이라면서 정부가 졸속 임대차법 시행으로 이 같은 부작용을 불러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사진은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 /사진=미디어펜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전월(187.0)보다 4.1포인트(P) 상승한 191.1로 파악됐다. 지난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KB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는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한 공급통계로 0~200 범위 내에서 표시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의미한다.

전세수급지수는 올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기록한 후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껑충 뛰었다. 서울 전셋값(1.35%)은 최근 3개월 연속 1%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15년 전세대란 당시에도 전국의 수급지수가 170~180대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전세대란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른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3개월 전과 비교해 71.3% 줄어든 1만1064건으로 파악됐다. 

전북(-71.5%), 세종(-65.5%), 대구(-60.8%), 충남(-60.6%), 경기(-58.9%) 등에서도 매물이 크게 줄었다.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겪으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나타났다. 조사 이후 처음 5억원을 넘겼던 8월(5억1011만원)과 비교해 두달 사이 3756만원(7.5%)이나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상승률(7.5%)이 2년 상승률(16.3%)의 절반에 육박해 직전 1년 9개월 상승분과 맞먹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반년이면 지난 2년 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따라잡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이후 전세 잠김 현상이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전이라고 해서 물건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새 임대차법 시행이 전세난의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현재 전세 대란이 일어난 것은 물건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전세물건의 부족은 저금리 장기화, 실거주 요건 강화, 8·4대책으로 인한 공급 대기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은 했겠지만 가장 큰 계기가 된 건 아무래도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며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었고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많아지며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면서 “물건이 귀해지면서 특히 교통·학군이 양호한 수도권 주요 단지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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