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임상 동시 진행 활발..."임상 참가자 확보 위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의약품 개발이 지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피험자 확보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임상시험도 동시에 활발하게 진행하는 모습이다.

   
▲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 임상시료를 생산하는 모습./사진=셀트리온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미국 제약바이오사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 최근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 등록을 중단했다. 이는 독립 감시위원회가 향후 추가 데이터를 확보, 분석할 때까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된 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또다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자사 치료제가 중증 코로나19 입원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역시 중증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한 바 있다.

항체치료제가 중증 환자에 약효가 없어 연구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국내 제약바이오사 셀트리온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해외서 임상시험이 중단된 릴리, 리제네론과 동일한 방식의 단클론(단일클론) 항체치료제 'CT-P59'를 개발 중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CT-P59의 국내외 임상시험은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후 약 일주일 만에 바이러스 검출치가 최대치에 도달한다"며 "따라서 조기진단, 치료를 통해 항체치료제를 신속하게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임상 2·3상 시험을 승인받고 개발하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 최대 12개 국가에서 환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CT-P59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밖에도 종근당,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제넥신 등이 국내・외 임상시험 허가를 획득하고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올해 6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도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코로나19로 인한 중등증 및 중증의 폐렴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을 10일간 투여해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하루 확진자가 1만명대에 이를 정도로 확산세가 가파른 만큼 빠르면 연내 임상시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8일 식약처로부터 대웅테라퓨틱스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의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혈중 약물 농도 유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달부터는 호주에서도 DWRX2003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한다. 백인 대상 데이터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임상 진입 시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인도의 경우 호주보다 먼저 임상 1상에 들어갔으며 이미 1·2차 그룹에 걸친 건강인 대상 투약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은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국내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 결과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침투 능력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이스타정 개발을 위해 대웅제약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맥시코 현지에서 연구자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 지난 8월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GX-I7'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GX-I7은 코로나19 감염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증식시켜 자가면역력을 높임으로써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회복에 도움을 준다. 회사는 미국 관계사 네오이뮨텍을 통해 GX-I7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미국국립보건원(NIH)과 경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엔지캠생명과학은 올해 5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C-18'에 대한 임상 2상 승인을 받고, 6월 중순경부터 대학병원별로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선정하고 이달 초 본격적인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 2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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