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반려 사실 모르고 국회서 발언…"후임자 올때까지 최선"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등에 대한 논란 속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가, '절반쯤'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사의는 즉시 반려됐지만, 재난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굵직굵직한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소신이 훼손된 관료사회의 '항의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도 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회의 자리에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대주주 양도세 강화방안에 대해 질의하자 홍 부총리는 "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단 현행 기준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년부터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강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요구에 가족합산은 개인별 과세로 바꾸겠다고 물러섰지만, 시행령에 반영된 대주주 기준 강화안(10억→3억원)은 고수했는데,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 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사의 표명이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다"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홍 부총리는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현행 유지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기 의원이 "대단히 무책임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저는 굉장히 숙고해서 그런 입장을 얘기했고, 오히려 책임 있는 자태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홍 부총리가 관료 사회를 대표해 사의로서 항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홍 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총 277조원 규모의 대책, 59년 만에 4차례에 걸친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총력 대응했지만, 당정 간 정책 대립 과정에서 번번이 물러서야 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다 결국 '100% 지급'을 수용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4차 추경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만, 3단계 격상 없이 결국 추경에 동의했다. 

한 퇴직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은 "결정권이 여당과 청와대에 쏠려 있는 구조에선 관료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하나도 없다"면서 "일은 일대로 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이나 비판만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의를 반려한 만큼, 경제부총리로서 재신임을 받고 역할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기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국회에 오느라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양 의원이 "문 대통령이 반려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어찌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홍 부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후임자가 올 때까지,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다해 직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